2025년 01월 12일(일)

인터넷 속 '흑역사 삭제' 서비스, 학폭 가해자 '폭행 영상'은 요청해도 절대 삭제 안해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정부가 지난 4월부터 '아동·청소년 디지털 잊힐 권리 시범 사업'을 시작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학교 폭력 가해자를 고발한 학폭 영상도 삭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학폭 가해자의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개인정보보위에 따르면 시범 사업을 시작한 지 70일이 지난 가운데, 지난달 30일 기준 총 3488건이 신청돼 2763건이 처리됐다. 


특히 16세 이상 18세 이하(고등학생)가 신청한 건수가 전체의 3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삭제 요청이 가장 많았던 사이트는 유튜브였다. 이어 페이스북, 네이버, 틱톡, 인스타그램이 그 뒤를 이었다. 


접수된 사례를 보면 어렸을 때 사진이나 춤추는 영상, 심지어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해 게시글 삭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해당 사업은 미성년 시절 작성한 게시물 중 개인 정보가 포함돼 있음에도 해당 사이트를 탈퇴하거나 비밀번호 등을 잊어 본인이 게시물을 삭제할 수 없는 경우 정부가 대신해 준다는 게 골자다. 


개인의 요청으로 과거의 게시물을 삭제해 주는 것으로 정신적으로 미숙한 시기에 올린 개인정보 노출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순기능이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칫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 청소년 범죄 등의 증거를 삭제해 '신분 세탁'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학폭 영상을 지워주는 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상담원이 학폭이나 범죄 등 법적·도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할 때 서비스를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폭의 경우 피해자가 해당 사실을 폭로하기 위해 공개할 순 있지만, 가해자가 자신의 폭력 영상을 스스로 게시했을 가능성은 낮다. 


지난 4월 서울정부청사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진행 중인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 뉴스1


개인정보보호위는 해당 게시물은 가해자 본인의 게시물이 아니므로, 삭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대상이 '제3자가 올린 게시글'까지 확대되더라도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개인정보보호위 측은 밝혔다. 


다만 상담사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삭제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상담사의 역량 강화와 명백한 삭제 기준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정렬 개인정보보위 사무처장은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서비스 운영현황과 성과를 살펴보고 보다 많은 아동·청소년이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