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4일(화)

"임대주택 왜 이렇게 많냐"... 프랑스 건축가가 서울 아파트값을 알고 충격받은 이유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한국에서 아파트는 가장 일반적인 주거 형태가 됐다. 이제는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재산을 증식하는 수단으로 인식되는 중이다. 


그래서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아파트는 삶을 살아가면서 이뤄야 할 하나의 '로망'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미관의 나라 프랑스 건축가가 바라본 한국 도시'라는 제목으로 과거 공개됐던 영상의 일부가 재조명받았다. 


영상 속 유튜버 '프랑스 여자 로어'는 한국의 아파트를 두고 "한국 사람에게는 꿈이지만 프랑스인에게는 악몽인 것"이라고 설명하며 "모든 프랑스인들은 한국에 와서 충격을 받는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한국의 도시를 빽빽하게 채운 아파트를 보고 "임대주택이 왜 이렇게 많아?"라는 반응을 보이거나 '사회주의' 국가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프랑스인들이 한국의 아파트값이 10억원이 넘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놀랄 수밖에 없다는 게 로어의 설명이다. 


로어는 "프랑스에서 이런 건물(아파트)들은 가난한 사람을 위한 건물이다. 이런 건물은 가장 저렴한 건축 방식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어 "같은 공간에 최대한 높이 올려서 최대의 인원을 수용하는 것보다 싼 건축은 없다"며 "아파트 설계는 컨트롤(Ctrl)+C, Ctrl+V면 끝난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로어는 프랑스의 건축가 르코르뷔지에를 예로 들기도 했다. 르코르뷔지에는 스위스 태생의 프랑스 건축가로 현대 건축의 기초를 다진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현대적인 아파트 단지의 방식을 확립한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로어는 "르코르뷔지에는 파리를 재개발하려고 했지만 프랑스인들의 반대에 그 계획은 무산됐다"며 "그가 살아 있어서 한국을 봤다면 매우 좋아했을 거다. 그러나 자신은 절대 아파트에 살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파트는 건설사가 돈을 가장 많이 버는 건축 방식이다. 프랑스인들은 모든 아파트들이 똑같이 생긴 것에 충격을 받는다. 똑같이 생긴 것에 숫자를 붙인다"며 "독특함과 개성이 사라졌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또 "아파트 단지는 사람을 위한 규모가 아니다. 고민 없이 만들어진 콘크리트 덩어리다"라며 "가격도 충격적이다. 아무런 개성 없이 단순히 반복적으로 지어진 아파트들 때문에 한국은 '영혼 없는 도시'라는 불명예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르코르뷔지에의 파리 재개발은 300만 명의 주민을 위한 현대 도시 계획안으로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도입하는 것이었으나 당시 프랑스인들에게 파리의 경관을 훼손하는 '반달리즘'적 행위라며 비판받았다. 


이와 달리 한국의 도시 계획은 이 르코르뷔지에의 계획과 유사하다. 전후 복구 및 경제성장 과정에서 늘어나는 주택수요를 충당하기에 적절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사회주택(임대주택) / 구글 스트리트 뷰


여기에 프랑스와 한국 아파트단지의 진화 과정에서 차이가 있다. 


프랑스 건축가 발레리 줄레조의 저서 '아파트 공화국'을 보면 프랑스의 아파트 단지는 1950~60년대 젊은 세대의 중간계급이 거주했으나 얼마 후 이 계층이 단독주택으로 옮겨가면서 가차 없이 버려졌다.


한국의 아파트단지는 상위 계층에서 시작되었고 중간계급 일반과 하위 계층으로 확산하면서 한국인 전체에게 아파트가 주택의 표본이 된 것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실제 유럽에 위치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은 대부분 공공임대이다 보니 유지·보수 등의 비용을 국가의 세금으로 충당했다. 


이중 관리가 소홀해진 곳은 결국 게토화(주류와 동떨어져 고립된 상태)가 진행됐다. 미국의 프루이트 아이고(Pruitt-Igoe)가 대표적인 예로 미국 당국은 폭파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이러한 이유로 책 '아파트가 어때서'에서 양동신 작가는 서구권에서 아파트가 천대받은 이유가 '자산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아파트가 나쁜 주거 환경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