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범죄자들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분노를 자아낸다.
그런데 여기, 한 판사는 이런 범죄자를 두고 보지 않았다.
지난 12일(현지 시간) 온라인 미디어 유니래드(UNILAD)는 범죄자의 입을 꾹 닫게 만든 미국 판사를 재조명했다.
그 주인공은 미국 오하이오주 쿠야호가 카운티(Cuyahoga County)의 판사 존 J. 루소다.
루소의 이야기는 지난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 7월 31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쿠야호가 카운티 법원에서는 프랭클린 윌리엄스(당시 32세)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윌리엄스는 2014년 12월 일련의 무장 강도를 저지르고 주 경찰과 추격전을 벌였을 뿐만 아니라 2017년 재판 도중 전자발찌를 끊고 네브래스카로 도주하는 등 여러 중죄 혐의로 2017년 12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날 촬영된 선고 공판 영상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루소 판사가 법정에서 무례한 행동을 보이는 윌리엄스의 입을 테이프로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영상에서 윌리엄스는 계속해서 변명하기 바빴다.
중죄를 지었음에도 계속해서 변명을 하는 그에게 루소는 수차례 "조용히 하라"라고 경고했다.
"당신 변호사의 말을 들을 테니 조용히 하세요"라는 말에도 윌리엄스는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하지 못하게 하고 있지 않나"라며 말을 멈추지 않았다.
참다못한 루소 판사는 피고에게 테이프로 입을 막을 것을 명령했다.
결국 집행관들이 그의 입에 빨간색 테이프를 붙였다.
그런데도 윌리엄스는 억울하다며 계속 항의했다.
루소는 정신과 평가에 대한 윌리엄스의 요청을 거부하고 징역 24년을 선고했다.
해당 영상이 공개되자 현지에서는 루소 판사의 행동이 정당한지에 대한 논평이 이어졌다.
후에 윌리엄스의 사건을 맡은 루소의 동료 판사는 "최선의 조치는 아니지만 완전히 특이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재판에 방해됐을 때 판사의 재량으로 재갈을 물리거나, 덕트 테이프를 붙일 수 있으며 묶는 것도 가능하고 법정에서 퇴장시키라고 명령할 수도 있다.
윌리엄스는 테이핑 사건에 격분하며 "나는 엄청난 굴욕을 겪었다. 개처럼 취급당했다"라고 주장했다.
변호인 또한 "피고인이 법정에 앉아 입을 테이프로 붙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누군가를 죽였음에 틀림없다'라는 인상을 받는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루소 판사는 성명을 통해 "내 결정은 당신이 지속적으로 방해한 청문회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다른 모든 시도를 다 한 후 내려진 것이다. 잦고 공격적인 말을 멈추라는 여러 차례의 경고(54분 동안 60회 이상 방해)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계속해서 법원의 법적 절차, 즉 귀하의 권리와 피해자의 권리, 사법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절차를 방해했다. 판사로서 청문회를 통제해야 할 책임이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신의 수많은 폭력적인 범죄 행위로 인해 당신이 총구를 겨누고 있던 세 명의 피해자는 몇 년 동안 공포 속에서 살아야 했다. 나는 그들이 치유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청문회를 마무리 짓기 위해 당신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계속 진행했다. 그 결정이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왔을 수도 있다. 그 점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사과드린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윌리엄스는 2019년 징역 33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