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에 배치한 휴대전화 번호를 QR코드로 대신하고 있는 제주도·전북 김제..."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차량에 배치된 휴대전화 번호는 주차 등 문제로 차주와 연락하기에는 용이하지만, 악이용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점을 우려해 요즘에는 번호 대신 QR코드를 부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QR코드만 카메라로 인식하면 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전화연락이 닿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개선안을 두고 일각에서는 '이기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디지털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노년층이 이용하기에 어려울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현재 제주에서 추진 중인 '제주 주차 안심번호'는 휴대전화 번호 대신 차량에 비치하는 연락처다. '제주 주차 안심번호'를 비치해 놓은 차주와 연락하려면 QR코드 인식 혹은 ARS(1533-0355)를 이용해야만 한다.
ARS를 이용해 차주와 연락하려면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에 등록한 주차안심번호 6자리를 입력해야만 한다.
전북 김제는 ARS마저도 없다. 오로지 QR코드를 활용해야만 차주와 연락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디지털 문화에 취약한 노년층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반면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범죄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찬성 의견도 만만치 않다.
디지털 문화에 취약한 노년층...'노인들은 어쩌라고 vs 좋은 생각' 의견 엇갈려
실제 노년층은 디지털 문화에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2020년 9월 한국 소비자원이 실시한 '키오스크 사용 관찰 조사'에 따르면, 버스터미널 키오스크를 이용한 70대 이상 노인 약 60%가 표를 구매하지 못했다.
패스트푸드 키오스크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키오스크를 사용한 노인 5명이 모두 주문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노인들이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은 이유로는 복잡한 단계(51.4%)·뒷사람 눈치(49%)·그림, 글씨가 뚜렷이 보이지 않음(44.1%) 등으로 조사됐다.
QR코드 배치로 휴대전화 번호를 대신한 제주도·전북 김제의 상황을 두고 누리꾼들은 의견이 엇갈렸다.
'노인들은 어쩌라고'와 같은 반응을 보인 누리꾼들은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반면 '좋은 생각'이라는 누리꾼들은 "요즘 똑똑한 어르신들도 많다. 어렵지도 않은 거 바꾸는 게 맞다", "노인들 수준에 모든 걸 맞추려 하지 말자.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으면 그게 좋은 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