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20일(금)

성폭행범 살해했다가 '징역 6년+보상금'까지 물어주게 생긴 피해 여성 근황

페이스북 '노스케레모스 비바스네사'


[인사이트] 김나영 기자 = 성폭행범을 살해한 피해 여성이 중형을 선고 받아 멕시코 현지가 들끓었다.


최근 멕시코 매체 엘우니베르살은 자신을 성폭행하고 "죽이겠다" 협박한 남성을 둔기로 내려쳐 죽게 만든 여성이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법원은 해당 여성에게 살해 당한 남성의 유족에게 보상금까지 지불할 것을 명령해 논란을 낳았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멕시코 네사우알코요틀(Nezahualcoyotl) 지역에서 발생했다.


성폭행 피해자 록사나 / Roxana Ruiz 페이스북


앞서 지난 2021년 5월 멕시코 여성 록사나 루이스(Roxana Ruiz)는 네사우알코요틀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괴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당시 성폭행범은 록사나의 집에서 성폭행을 한 뒤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생명의 위협을 받은 록사나는 둔기로 성폭행범의 머리를 내리쳤고 남성은 결국 사망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록사나는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다"며 생명의 위협을 받은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지만 네사우알코요틀 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재판부는 "폭행 피해 사실을 전제로 하더라도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것은 과잉 방어"라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네사우알코요틀 지방법원은 록사나에게 징역 6년 2개월을 선고했고, 성폭행범 유족에게 보상금 28만 페소(한화 약 2100만 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멕시코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멕시코 인권단체들은 법원의 판결에 반발했고, 사건 초기부터 록사나의 구명 운동을 펼친 인권단체 '노스케레모스 비바스네사'는 "이번 판결에는 여성이 공격자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내포한다"며 "공정성이 결여돼 있다"고 주장했다.


YouTube 'Azteca Noticias'


록사나 역시 판결 직후 항소 의지를 밝혔다. 록사나는 "제가 스스로를 지키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도 없었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록사나에 대한 사면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지난 23일 네사우알코요틀 지방법원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록사나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 판결을 받은 직후 록사나는 "부당하게 9개월 동안 나를 가두었다"며 "처음부터 이렇게 돼야 했을 일이다. 제 잘못이 아닌 일에 무죄를 인정해 준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