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기저귀 차고 24시간 울부짖는 말기암 아내 살해한 할아버지...법정서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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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선 70대 노인. 노인은 범행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오열했다.


지난 15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최근 키프로스에서 불치병에 걸린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영국인 남성 데이비드 헌터(David Hunter, 75)의 재판이 주목받고 있다.


데이비드는 자신이 아내를 살해한 것을 인정했지만, 아내가 고통스러운 삶을 끝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 간청했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헌터와 재니스 헌터 / Facebook


혈액암을 앓던 그의 아내 재니스 헌터(Janice Hunter, 74)는 2021년 12월 키프로스 파포스 근처 자택에서 사망했다.


은퇴한 광부인 남편 데이비드의 변호사는 그녀의 죽음이 조력자살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재판에서 데이비드는 아내와 함께했던, 고통스러웠던 몇 달간의 생활을 묘사하며 사랑하는 아내의 고통을 끝내기 위한 가슴 아픈 결정을 내린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6주 동안 자신에게 죽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빌던 아내를 살해한 경위를 설명하며 오열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데이비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병세가 악화된 아내를 집에서 직접 돌봐야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상태가 심각했던 아내는 24시간 동안 고통 속에서 울부짖었다.


데이비드는 "마지막 날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커피를 타러 갔는데 아내가 울기 시작했다. 아내가 옆방에서 흐느끼며 앉아 있는 동안 주전자 손잡이를 붙잡고 슬픔을 참았다. 그다음 내가 아내에게 손을 대고 있는 것을 알았다. 모든 것이 끝났을 때 아내는 회색빛이었다. 내 아내처럼 보이지 않았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울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아내 옆에 서서 왼손으로 아내의 코를, 오른손으로 아내의 입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검사가 "헌터 부인은 질식할 때 몸부림치고 긁기도 했다"라고 하자 데이비드는 "그녀는 몸부림친 적도, 움직인 적도 없다. 당신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러면서 "아내가 내게 부탁하지 않았다면 백만 년 동안 절대 아내의 목숨을 빼앗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데이비드는 "그녀는 내 아내일 뿐만 아니라 가장 친한 친구였다. 그녀는 미치지 않았다. 지난 6년간의 긴장과 그녀가 겪은 일을 당신은 보지 못했다. 그 상황과 압박감. 우리 둘이 겪은 지난 6개월을 그 누구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내가 죽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의사에게 말하지 않은 이유는 아내가 병원에 입원하게 될까 봐 말하지 말아달라 부탁했기 때문이며 딸에게도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판사에게 연설을 요청하며 "아내는 고통스러워했고 실제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나는 계속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히스테리를 부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가 마음을 바꾸길 바랐다. 나는 그녀를 너무 사랑했다. 맹세코 내가 계획한 것이 아니다"라며 울부짖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데이비드의 말에 따르면 아내 재니스는 지난 3년 동안 약의 부작용 때문에 계속 설사를 하면서 기저귀를 차고 살았으며 집 안에 갇혀 움직일 수도 없었다. 재니스는 심한 통증과 괴로움에 매일 눈물을 흘렸다.


데이비드는 "나는 너무 무력하고 절망적이었다. 그녀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꼈다. 죽기 전 5~6주 동안 그녀는 나에게 죽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매일 부탁했다. 마지막 주에는 울면서 나에게 애원했다. 매일 더 강하게 부탁했다"라면서 "57년 동안 함께 살았는데 이런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내에게 도와줄 수 없다고 반복해서 말했지만, 아내는 '더는 못 살겠다. 이건 내 인생이 아니다'라며 간청했다고.


결국 그는 매일 울며 애원하는 아내에게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결혼 사진 / BBC


데이비드는 "그녀는 자신을 전혀 돌보지 않았다. 죽기 전 2~주 동안 그녀는 팔을 움직일 수 없었고 다리에도 문제가 있어 균형을 잡을 수 없었다. 그녀는 수프만 먹었고 체중이 많이 줄었다. 주사를 놓을 살이 없을 정도로 살이 많이 빠졌다. 마지막 며칠 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하루 종일 고민하다 마침내 그녀가 다시 고통스럽게 울기 시작했을 때 실행하기로 결심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그녀의 입과 코에 손을 대고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얼마나 오래 손을 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나를 막으려 하지 않았고 눈을 뜨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녀가 죽은 후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사랑한다고 말한 후 동생에게 말했고 동생은 경찰에 신고했다. 체포되거나 경찰 조사를 받은 기억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검사는 부부의 결혼생활에 대해서 물었다.


데이비드는 영국 노섬벌랜드의 광부회관에서 열린 파티에서 아내를 처음 만났다면서 "아내가 먼저 다가와서 춤을 추자고 있다. 그렇게 아름다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라고 회상했다.


그 이후로 두 사람은 항상 함께했고 1969년 애싱턴의 세인트존스 교회에서 결혼했다. 결혼생활이 어땠냐는 질문에 그는 "완벽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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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내와 함께 휴일에 키프로스를 방문하곤 했는데, 1999년 그곳에 집을 구입했고 2년 뒤 은퇴 후 이사했다.


데이비드는 "아내가 아프기 전 16년간은 몇 번의 수술을 제외하고는 행복하게 살았다. 하지만 2015년 뇌졸중을 앓으면서 치료를 위해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던 중 의사가 아내의 얼굴이 창백하다며 검사를 해보라고 했다. 아내는 이때 혈액암 진단을 받고 매주 수도 니코시아로 가서 시술과 주사를 맞아야 했다. 상태가 악화되자 큰 병원으로 가려 했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해 병원이 문을 닫았고 주사를 냉장고에 보관하며 자가 투약을 해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루에 다섯 번 이상 병원에 전화를 걸었으나 응답이 없었고 도움과 물품을 구하기 위해서는 멀리 떨어진 센터로 가야만 했다고 한다.


일주일에 두 번 125유로(한화 약 18만 원)짜리 주사를 맞았지만 설사, 두통, 현기증, 코피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헤모글로빈 수치는 진통제를 복용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고, 집에서 움직일 수 없는 고통 속에 방치됐다.


마지막 몇 달간 그녀는 얼굴과 손의 피부 병변에 대한 일련의 수술을 받았으며 무릎 수술과 쇄골 수술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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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말을 마친 후 18개월을 기다린 끝에 마침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6개월 동안은 너무 고통스러웠다. 감옥은 아내와 내가 겪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현재 그에 대한 재판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