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유명 화가인 할아버지가 그린 그림 들고 진품명품 출연한 손녀가 '위작 판명' 받자 보인 반응

CCTV '鉴宝'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이 그림은 작가의 화풍을 따라 한 조악한 모조품입니다"


진품명품에 그림을 들고나온 한 의뢰인이 위작이라는 전문가들의 판정을 인정하지 않고 큰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내가 누군지 알아?"라며 호통을 치듯 화를 낸 여성이 정체를 밝히자 모두가 경악했다.


(좌) 치바이스(제백석)의 작품, (우) 여성이 들고 나온 그림 / Sohu


지난 13일(현지 시간) 베트남 매체 어패밀리(afamily)는 중국에서 화제가 됐던 위작 사건을 재조명했다.


2003년 10월 첫 방송을 시작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골동품 감정 프로그램 중국중앙TV(CCTV) '지엔바오(鉴宝)'의 한 에피소드에 담긴 스토리다.


해당 에피소드에서는 한 여성이 한 폭의 동양화 그림을 가져왔다.


이는 중국 현대 회화의 거장이자 세계적인 화가인 치바이스(제백석)의 작품이었다.


치바이스(제백석) / 希望之声


치바이스는 생동감 넘치는 붓 터치로 20세기 중국 최고의 예술가로 꼽힌다.


그의 작품 중 하나는 9억 3,150만 위안(당시 약 1,530억 원)에 낙찰되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중국미술품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그런 만큼 그의 작품은 현재까지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감정평가사들은 여성이 가지고 나온 작품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CCTV '鉴宝'


종이를 가만히 들여다본 전문가들은 실제 치바이스가 쓰던 종이와 같다고 했지만, 최종 판단에서 모두 해당 그림은 위작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는 "안타깝게도 이 그림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가짜 그림이다"라고 했다.


그는 "꽃과 새의 색상이 너무 밝고 치바이스의 스타일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진행자 역시 "해당 그림이 진품이었다면 수천만 위안의 가치가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오른쪽) 치바이스의 막내 손녀 / CCTV '谢谢了我的家'


그런데 전문가 판정이 끝나자마자 해당 그림을 가지고 나온 여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한번 봐달라"라고 부탁했다.


스튜디오의 분위기는 급격히 냉각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가 아는 한 이 그림은 실제로 위작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여성은 "내가 누군지 아시냐"라고 소리쳤다. 여성은 자신이 치바이스의 막내 손녀라고 밝혔다.


그녀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나에게 준 그림"이라면서 "그림을 가보로 소중히 여겼다. 이 그림은 진짜이고 유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의 말에 전문가와 진행자, 방청객 모두 크게 놀랐다.


실제로 여성은 치바이스의 막내 손녀가 맞았다. 그녀는 이후 다른 방송에도 출연해 할아버지의 그림을 소개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해당 방송을 접한 누리꾼들은 "전문가라고 해서 맹신하면 안 되는 이유", "전문가라면서 어떻게 진짜 작가의 그림을 위작이라고 확신하는지" 등의 반응을 보이며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감정평가사들의 자격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지난해에는 위작으로 알려졌던 렘브란트의 그림이 위작이라는 오명을 벗기도 했다.


네덜란드 미술관 창고에 있던 '십자가에 달리는 예수'라는 이름의 유화는 지난해 11월까지 독일 뮌헨 미술관에 전시된 1633년 작품의 위작으로 분류돼 왔으나 나이테연대측정법 등으로 그림을 분석한 결과 101년 만에 진품으로 인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