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임기수 기자 = 청나라 마지막 황제가 생전 착용했던 파텍필립 손목시계가 경매에 나왔다.
의미가 있는 시계인만큼 예상 낙찰가 역시 어마어마한 것으로 전해져 화제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미국 매체 CNN은 청나라 마지막 황제인 선통제 푸이(溥儀)의 파텍필립 시계가 300만달러(한화 약 40억원)가 넘는 가격에 낙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필립스옥션에 나온 이 시계는 파텍필립의 '레퍼런스 96 콴티엠 룬'이다. 직경 1.2인치 플래티넘(백금)이며 다이얼은 아라비아 숫자, 시침과 분침은 핑크골드로 돼 있다. 특정 시간에 지구에서 달이 얼마나 보이는지 보여 주는 '문 페이스' 기능도 갖췄다.
이 모델은 1937년 프랑스 파리의 한 매장에서 팔렸으며 전세계 단 8점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푸이가 이 시계를 얻게 된 배경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 시계는 희소성만큼이나 망국의 황족으로 기구한 삶을 살았던 푸이와 함께했다는 역사적 의미가 담겨 있어 가치가 높이 평가됐다.
푸이는 1908년 3세의 나이로 즉위했으나 1912년 신해혁명으로 청나라가 멸망하면서 마지막 황제가 됐다.
새 중국 지도부는 어린 푸이를 내쫓을 수 없어 자금성에 살도록 했다. 푸이는 18세까지 평온하게 지냈으나 1924년 군벌에 의해 자금성에서 쫓겨나면서 황제라는 칭호도 박탈당하게 된다.
베이징을 탈출한 푸이를 보호한 건 일본이었다. 일본은 청 왕조의 부활을 원하는 푸이를 이용해 만주국을 설립하고 그를 만주국 황제로 옹립했다. 이때도 푸이는 일본 관동군 장교에 따르는 꼭두각시로 지냈다. 그러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한 뒤 푸이는 소련군에 체포됐다.
전쟁 포로가 된 푸이는 소련의 하바롭스크 정치수용소에 5년간 갇혀 지냈는데, 푸이가 파텍필립 시계를 소련 수용소에 가져갔다는 역사적 문서가 남아있다고 한다.
푸이는 1950년 중국으로 압송되기 직전 수감 생활을 도왔던 통역사 게오르기 페르먀코프에게 이 시계를 선물한 것으로 전해진다.
필립스옥션은 시계 전문가, 역사학자, 과학자 등을 동원해 이 시계의 진품 여부와 역사적 기록 등을 3년에 걸쳐 확인했다.
그중 하나가 푸이의 조카 위옌의 회고록이다. 회고록에 따르면 "푸이가 만주국에 있는 동안 매일 시계를 차고 다녔다", "원래 푸이가 조카에게 시계를 건넸으나 훗날 페르먀코프에게 주겠다고 시계를 돌려달라고 요청했다"는 구절이 있다고 한다.
푸이에게 파텍필립 시계를 받은 페르먀코프는 2005년까지 이 시계를 보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시계를 넘겨받은 소유자는 2019년에 필립스에 위탁했다.
푸이는 1950년 중국으로 압송돼 전범 관리소에서 1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뒤 1959년 특사로 풀려났다.
그 후 중국과학원이 운영하는 베이징 식물원의 정원사로 일하게 된다. 평범한 여인과 재혼까지 하지만 암 판정을 받고 1967년 베이징에서 지병으로 사망하게 된다. 푸이의 삶은 '마지막 황제'라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