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정봉준 기자 =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각종 시스템이 디지털화되고 있다. 원래는 사람이 하던 일도 이제는 기계가 한다. 키오스크(무인 주문 단말기)가 그 예다.
키오스크를 활용하면 매장 측에서 인력을 다른 곳에 쓸 수 있어 매우 효과적이다. 그러나 손님 입장에서는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특히 노년층에게 키오스크를 다루는 일이란 쉽지 않다.
한 프렌차이즈 햄버거 가게에서 키오스크 사용과 관련해, 할아버지 고객과 매장 직원이 갈등을 빚은 사연이 알려졌다.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늘 햄버거 가게에서 알바생이랑 손님이 트러블 있었네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햄버거 매장에서 갈등 장면을 목격했다고 말문을 텄다.
A씨에 따르면, 한 할아버지 고객 B씨가 카운터 앞에서 주문하려고 매장 직원을 찾았다. 그런데 매장 카운터에는 직원이 없었고, 직원은 조리실에만 있었다.
B씨는 답답했는지 "저기요! 여기 왜 대답을 안 하는 거예요?!"라고 소리쳤다. 그제야 직원은 B씨에게 다가왔고, 직원은 B씨에게 "네 고객님 어떤 거 때문에 그러세요?"라고 응대했다.
B씨는 자신이 키오스크를 잘 다루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그런 B씨에게 직원은 "포장인지 매장에서 드실 건지 선택한 다음 순서대로 하면 어렵지 않게 하실 수 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대신 주문해 주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자 B씨는 "다른 곳은 가니까 다 해주던데"라고 말했고 직원은 "혹시 해보시고 안되시면 제가 도와드릴게요"라며 키오스크 사용을 격려했다.
직원의 응대가 마음에 안 들었던 걸까. B씨는 직원에게 "아니 좀 해달라고 하는 게 그렇게 어렵습니까? 네? 그리고 처음에 여러 번 불렀는데 왜 아무런 대꾸도 안 하는데요? 여기 카운터에 사람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예?"라며 언성을 높였다.
B씨의 고함에 매장은 한순간에 시끄러워졌고, 문제가 생긴 걸 인지한 매니저가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나타났다. 매니저는 B씨에게 "아, 저분들은 조리하는 분이라서요. 여기서 도와드릴게요. 어떤 거 주문하시겠어요?"라고 매장 상황을 알렸다. 결국 B씨는 한숨을 쉬면서 주문은 하지 않고, 매장을 나갔다.
A씨는 "알바생이 '그냥 좀 진상인 사람 왔다 간 거 같다'라고 매니저에게 설명한 거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옆에 아줌마들은 '못한다고 하면 바로 좀 해주지 그치? 할배가 뭘 알겠어.. 나도 저거 자꾸 뭐 선택사항 뜨고 하니까 헤매겠던데'라고 한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반응이 엇갈렸다. 직원 대응이 '이해 간다'고한 누리꾼들은 "대응을 안 한 것도 아니고, 할아버지가 진상이다", "조리 직원이 안 되면 도와주겠다고까지 했는데 뭐가 문제냐"고 답답해했다.
반면 직원 대응이 '이해 안 간다'고한 누리꾼들은 "할아버지가 뭘 알겠냐. 도와줄 시간이 있으면, 그냥 대신 주문 받아주지", "할아버지도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겠냐. 매장 직원이 센스가 부족하네"라고 비판했다.
해당 사연처럼 키오스크 사용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은 생각보다 많이 발생한다. 가령 휠체어를 타거나, 시각장애인 등은 키오스크를 이용하고 싶어도 이용하지 못한다. 일반 성인 기준 키에 맞춰져 있는 키오스크는 휠체어를 탄 이들에게 너무나 높은 곳에 있다.
시각장애인도 불편함이 있다. 음성 인식·점자 등이 없는 키오스크는 시각장애인이 주문하고 싶어도 주문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누군가에게 편리함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을 제공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갈등이 빚어지지 않도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