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무상복지 외치다 경제 박살 난 베네수엘라서 굶주림에 쓰레기 주워 먹다 사망한 12세 소년

BBC


[인사이트] 임기수 기자 = 한때 석유 부국이었던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현재 거의 파탄 사태다.


차베스 전 대통령의  집권 당시 이후 서민에게 무상으로, 혹은 아주 낮은 값으로 주거·의료·교육 등 복지를 제공하다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베네수엘라 경제는 무너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살인적 물가 급등 등 경제 파탄으로 인해 극심한 빈곤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길거리의 개, 고양이, 비둘기를 잡아먹고 쓰레기통을 뒤진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12살 소년이 배가 고파 쓰레기장에서 버려진 음식을 주워먹다가 식중독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Twitter 'RandyCorreaVE'


지난 9일(현지 시간) 영국 매체 BBC는 베네수엘라 마나가스주의 마투린에 사는 루디 올리베로(47)의 12살 난 아들이 쓰레기 처리장서 버려진 음식을 주워먹다가 사망한 소식을 보도했다.


7명 자녀를 둔 그는 최근 12살 아들을 잃었다. 아들이 쓰러진 곳은 집에서 멀지 않은 쓰레기하치장이었다.


아들은 쓰레기하치장을 뒤져 버린 음식을 먹고는 바닥에 쓰러져 온몸을 떨었다. "형이 쓰러졌다"는 작은 아들의 말을 듣고 올리베로는 쓰러진 아들을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1차 위세척을 한 뒤 더 큰 병원으로 옮기라고 했다.


그는 아들을 종합병원으로 데려갔지만 병원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아픈 환자가 병원을 가도 치료를 받지 못 하는 일을 베네수엘라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의약품 배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아들은 병원에 들어간 지 4시간 만에 사망했다.


올리베로는 "아들을 죽인 건 쓰레기음식이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병원도 공범이었다"고 울먹였다. 


tvazteca


올리베로 가족에게 쓰레기하치장은 일터이자 식당이다. 가족은 여기에서 고철이나 유리 등을 주워 고물상에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그리고 쓰레기로 나온 음식으로 배를 채운다.


올리베로는 농사를 짓던 농부였다. 지금도 시골엔 땅을 갖고 있다. 하지만 종자(씨앗)와 비료를 살 돈도 없어 농사를 포기한 지 오래다.


그는 시청에서 직원을 뽑는다는 광고를 보고 지원한 적도 있다. 면접까지 봤지만 그는 취업을 포기했다. 올리베로는 "급여가 45볼리바르(한화 약 2,650 원)였는데 쓰레기하치장을 뒤지는 게 더 벌이가 나아 취업을 해도 의미가 없었다"고 말했다.


telecinco


한편 지난해 베네수엘라 경제는 15% 성장했다. 그러나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의 고성장은 유지되기 힘들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불행하게도 예상은 적중해 올해 1분기 베네수엘라 경제는 8.3%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굶주린 주민들은 쓰레기하치장으로 더욱 몰려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