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감전으로 얼굴 녹아버린 남성...30명의 의료진이 모여 만들어낸 '안면 이식 수술' 결과

(좌) 안면 이식 수술 전 댈러스의 모습, (우) 안면수술 후 댈러스의 모습 / Brigham and Women's Hospital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해 가는 첨단 의료 기술은 모두를 놀라게 한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지난 2011년 미국 최초 전체 안면 이식 수술을 받아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든 댈러스 빈스(Dallas Wiens, 37)라는 남성의 모습이 재조명되고 있다.


수술 전 댈러스의 모습을 본 이들은 모두 안타까운 탄식을 내뱉는다. 그의 얼굴에서는 이목구비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눈과 코는 살로 막혀 있고 입만이 입술 없이 움직일 뿐이다.


(좌) 사고 전 댈러스의 모습, (우) 사고 이후 댈러스의 모습 / Brigham and Women's Hospital


처음부터 댈러스가 그런 모습이었던 것은 아니다. 인테리어 작업자였던 그는 2008년 11월 13일 교회에서 그림을 그리던 중 고압 전선에 화상을 입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댈러스는 이마가 고압선에 닿으면서 얼굴 전체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그의 얼굴은 완전히 녹아내렸다.


외과 의사들은 헬리콥터로 병원에 이송된 댈러스의 화상 입은 피부를 제거하기 위해 약 두 달 동안 12회 이상의 박리 수술을 통해 화상 피부를 제거했다.


Brigham and Women's Hospital


이 과정에서 왼쪽 눈을 적출하고 오른쪽 눈을 다시 제자리에 넣은 후 피부 피판으로 덮어 추가 손상으로부터 보호했다.


이후 의사들은 이틀에 걸쳐 36시간 동안 등 근육을 이용해 그의 얼굴을 재건하는 작업을 했다.


Brigham and Women's Hospital


그 결과 댈러스는 두피의 절반과 턱 왼쪽 살 일부만 남았으며 눈썹, 눈꺼풀, 코, 입술을 잃게 됐다.


결국 그는 입술과 코, 눈썹이 없는 시각장애인이 됐다.


이뿐만 아니라 의사들은 댈러스가 목 아래부터 마비돼 말을 하거나 딱딱한 음식을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침을 분비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3개월 동안 댈러스는 혼수상태에 빠져있었다.


Brigham and Women's Hospital


깨어난 후 그는 컴퓨터를 통해 의사소통을 해야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말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진전을 보였다.


그는 말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기관 절개술을 받았고, 얼마 후 그는 다리로 몸을 지탱할 수 있게 됐으며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2009년 3월에는 의사의 예상과는 달리 단단한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여줬고 같은 해 크리스마스에는 휠체어 없이 걸을 수 있게 됐다.


GettyimagesKorea


그리고 그는 2011년 3월 기적에 가까운 수술을 하게 됐다.


외과 의사 8명을 포함한 30명 이상의 의사와 간호사로 구성된 이식팀으로부터 안면 이식 수술을 받은 것이다.


이는 기증자의 얼굴을 통째로 이식하는 전례 없는 수술이었다.


Brigham and Women's Hospital


미국 국방부는 연구 보조금으로 5건의 이식 수술에 대해 340만 달러(한화 약 45억 원)를 지불했다.


피부 조직과 뼈를 전부 이식하는 15시간의 대수술 끝에 그는 얼굴을 갖게 됐다. 비록 이전과 같은 온전한 모습은 아니지만 눈과 코, 입술이 생겼다.


안타깝게도 시력을 회복할 수는 없었으나 그는 이제 전화 통화를 할 수 있게 됐고 후각도 회복해 냄새를 맡을 수도 있게 됐다.


GettyimagesKorea


2011년 5월 9일, 댈러스는 수술 후 처음으로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어린 딸의 입맞춤을 다시 느낄 수 있게 됐다. 딸이 잘생겨졌다고 하더라. 정말 내 얼굴이 된 것 같다"라면서 "저와 제 딸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해 준 의료진에게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댈러스의 변화는 12년이 흐른 지금까지 전 세계에 놀라움을 전하고 있다.


Brigham and Women's Hospi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