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 열차 안에서 여대생 3명이 인종차별적인 행동을 하는 영상이 SNS에 확산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8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Corriere della Sera)는 파키스탄계 미국인 영화감독 마흐누어 유세프(Mahnoor Euceph)가 코모호수에 밀라노로 가는 기차를 타고 있는 동안 세 명의 여대생으로부터 불쾌한 일을 당했다.
당시 유세프는 중국계 미국인 남자친구와 그의 중국인 어머니, 백인 아버지와 함께 열차에 타고 있었다.
이때 기차 반대편에 앉은 여성 3명이 큰소리로 "니하오(안녕)"라고 반복해서 말하며 비웃었다.
이들은 계속해서 유세프 일행을 쳐다보며 이탈리아어로 농담을 주고받는가 하면 낄낄대며 배를 잡고 웃어댔다.
처음에는 이들의 행동을 무시했던 유세프는 같은 행동이 계속 이어지고 수위가 높아지자,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이들의 모습을 촬영해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 공유했다.
영상에는 3명의 여대생들이 유세프 쪽을 바라보면서 중국어를 흉내 내고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이 생생히 담겼다.
유세프는 "영상에는 그들이 가장 차분했던 순간이 담겼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니하오'라고 말했다고 그들의 일반적인 태도를 알 수 있었다"라면서 "내 인생에서 이렇게 노골적인 인종차별을 경험한 적은 없었다. 남자친구도 같은 말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난 젊은 세대에게 더 나은 것을 기대했다. 내가 이 영상을 올린 후 많은 아시아계 친구들이 이탈리아와 유럽에서 인종차별을 당한 경험을 공유해 줬다. 미국은 인종 문제가 있지만 유럽은 20년이나 뒤처져 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24일 게재된 해당 영상은 무려 1,95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영상은 다른 SNS에서도 빠르게 확산되며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리꾼들은 인종차별을 한 여대생들의 SNS 계정과 학교를 알아냈다.
일부 누리꾼들은 학교 측에 이들의 행동을 고발하기도 했다.
결국 영상 속 여대생들이 다니는 3개 대학은 성명을 내고 "모든 형태의 인종주의와 차별에 반대한다"라면서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여대생 중 한 명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유세프에게 연락해 사과의 뜻을 전해오며 영상을 내려달라 요청했지만, 유세프는 그녀의 요구를 거절했다고 전했다.
유세프는 "다음에는 중국인에게 '니하오'라고 외치거나 갈색 피부의 사람을 원숭이라고 부르거나 외국인을 협박하고 조롱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보길 바란다"라면서 "당신은 개인적인 평판과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국가의 평판을 망쳤다. 우리 여행도 망쳤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 남자친구의 중국인 어머니는 60대다. 그녀는 평생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를 목격해 왔다. 그 나이에 이런 일을 당해서는 안 된다. 이번 일을 통해 배우고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29일(한국시간) 유세프가 공개한 영상은 삭제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