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이성애자인데도 인기 위해 '레즈비언'인 척 연기한 유명 여가수

tatu.ru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최근 할리우드에서는 '퀴어베이팅(Queerbaiting)'이라는 용어에 주목하고 있다.


아이돌 출신 세계적인 팝스타 해리 스타일스가 남성 뮤지션 루이스 카팔디와 키스 퍼포먼스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퀴어 베이팅'이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쓰이는 마케팅 기법으로 동성애자처럼 행동해 관심을 유도하면서도 퀴어(성소수자)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지난 19일(현지 시간) 온라인 미디어 유니래드는 퀴어베이팅의 대표적인 사례인 추억의 팝스타를 재조명했다.


YouTube 'tatu'


그 주인공은 러시아의 여성 듀오 't.A.T.u(타투)'다.


율리아 볼코바(Julia Volkova)와 레나 카티나(Lena Katina)라는 멤버로 이루어진 타투는 1999년 데뷔하자마자 러시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매력적인 음악과 인형 같은 비주얼, 뛰어난 노래 실력도 인기에 큰 역할을 했지만, 무엇보다 레즈비언 듀오라는 이미지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2002년 9월 러시아어가 아닌 영어 노래를 담은 '200KM/h In The Wrong Lane'이라는 앨범을 발매한 타투는 반항적인 가사와 퍼포먼스로 세계 진출에 성공했다.


YouTube 'tatu'


특히 히트곡 'All The Things She Said' 뮤직비디오에서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를 담아 화제를 모았다.


해당 뮤직비디오에서 교복을 입은 채 비를 맞으며 키스를 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일부 플랫폼에서는 해당 노래를 금지하거나 키스 장면을 편집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뮤직비디오는 미국 차트 20위에 올랐고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1위를 기록하며 대성공을 거뒀다.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어 지난 2006년에는 잠실에서 내한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YouTube 't.A.T.u. Music'


팬들은 대부분 율리아와 레나가 실제 레즈비언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타투의 인기가 절정에 다다랐던 2003년, 율리아와 레나는 러시아의 '아나토미 오브 타투(Anatomy of t.A.T.u)라는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충격적인 폭로를 했다.


자신들은 실제 레즈비언이 아니며, 모두 총괄 프로듀서인 이반 샤포발로프(Ivan Shapovalov)가 레즈비언 콘셉트를 강요했다는 내용이었다.


영화 '쇼 미 러브'


샤포발로프는 오디션에 응시한 수백 명의 소녀들 중 당시 14살이었던 레나와 율리아를 보고 스웨덴의 퀴어 로맨스 영화 '쇼 미 러브(Show Me Love)'를 떠올렸다.


'쇼 미 러브'는 두 여고생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였다. 샤포발로프와 제작자들은 이 영화를 모티브로 타투를 결성했다.


't.A.T.u'라는 이름도 러시아어로 '이(소녀)는 (소녀)를 사랑한다'라는 의미의 줄임말이다.


샤포발로프는 공연에서 율리아와 레나가 키스를 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GettyimagesKorea


팬들은 이들이 실제 동성애 커플이 아니라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일부는 배신감을 토로했다.


몇 년 후 율리아와 레나는 공동 성명을 통해 그 누구도 속일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성명에서 두 사람은 "타투의 두 번째 앨범이 나왔을 때 성 소수자 팬들이 우리가 거짓말을 하고 그들을 배신했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그렇게 한 적이 없으며 항상 경계 없는 사랑을 지지해 왔다"라고 밝혔다.


당시 소속사 측은 "타투가 음악과 이미지를 통해 묘사했지만, 멤버들이 레즈비언인지 아닌지 대중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더 옳았다. 멤버들은 '우리는 게이, 우리는 레즈비언'이라고 말한 적이 없고 많은 십대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과정을 보여줬다"라면서 "그들은 당신이 성적 취향을 탐구하고 동성에게 끌리든 이성에게 끌리든 스스로 이해하고 모든 게 괜찮다는 것을 보여줬다"라고 설명했다.


이 폭로가 있고 나서 총 4장의 앨범을 더 발매한 타투는 2011년 해체했고 율리아와 레나는 솔로 활동에 나섰다.


이후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해 근황을 알리기도 했으며 퀴어 행사 등에 참여하기도 했다.


GettyimagesKorea


팬들은 타투의 재결합을 원했지만, 2014년 율리아가 동성애 혐오적인 발언을 하면서 멤버들 간의 불화가 생겼다.


율리아는 당시 한 TV 쇼에 출연해 "아들이 동성애자라면 불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게이 친구가 많다. 나는 동성애자가 살인자, 도둑, 마약중독자보다 낫다고 믿는다. 이 모든 것 중에 선택한다면 게이가 되는 게 낫다"라고 했다.


Instagram 'official_juliavolkova'


이에 레나는 율리아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사랑 안에서 살며, 관용을 베풀고, 남을 판단하지 말라고 가르치신다. 나는 모든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자유롭게 사랑하고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과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불화설에도 불구하고 율리아와 레나는 지난해 한 번 더 재결합해 히트곡 발매 19주년을 기념했다.


현재 두 사람은 SNS, 유튜브 등을 통해 팬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