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매일 고통에 몸부림치며 죽고 싶다고 말하는 엄마의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봐야 했던 딸.
결국 그녀는 엄마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 15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엄마의 존엄사를 위해 스위스에 함께 떠났던 딸 맨디 애플야드(Mandy Appleyard)의 사연을 전했다.
맨디는 얼마 전 매우 힘든 일을 겪었다. 뇌졸중을 앓던 엄마를 존엄사로 떠나보낸 것이다.
엄마 자넷 매리 애플야드(Janet Mary Appleyard, 83)는 지난해 2021년 2월 두 딸과 함께 스위스로 떠났고 그곳에서 좋아하던 술을 마시며 생을 마감했다.
불과 2년 전인 2019년 5월, 자넷은 뇌졸중을 앓게 됐다. 이로 인해 그녀는 혼자서는 움직이거나 제대로 말을 할 수도 없게 됐다. 방 옆의 화장실에 가야 할 때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맨디에 따르면 엄마는 화장실에 가는 데에만 15분이 걸렸으며 입과 목 근육에 대한 통제력이 손상된 후 언어 장애까지 생겼다.
맨디는 "엄마의 가장 큰 비극은 여전히 지적이고 통찰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를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곤한 날에는 엄마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고 그럴 때 엄마는 답답함에 눈물을 흘렸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자넷은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두려움도 컸다. 집에 강도가 들거나 화재가 발생할까 늘 걱정했다.
어느 날 밤에는 에어 매트리스의 바람이 빠져 자넷이 침대 프레임에 갇히는 일도 있었다.
그녀는 매일 괴로움과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딸들에게 "뇌졸중은 나를 죽였어야 해. 제발 도와줘"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81세까지만 해도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했던 엄마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맨디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엄마 자넷은 '존엄하게 살고 존엄하게 죽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비영리 존엄사 단체 '디그니타스(Dignitas)'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후 두 딸과 함께 존엄사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뇌졸중 진단을 받은 지 이틀째 되는 날 그는 머리에 총을 쏘는 시늉을 하며 존엄사를 하고 싶다는 의사 표시를 했다.
맨디와 동생은 그런 엄마를 설득하려 했지만 엄마의 태도는 단호했다.
상태가 점차 악화되자 자넷은 딸들에게 "미안하다. 너희들을 떠나고 싶지는 않지만 이렇게 살 수는 없다. 걸을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고, 팔과 다리도 말을 듣지 않는다"라며 스위스에 가고 싶다고 했다.
스위스에서는 의사의 도움을 받아 생을 마치는 존엄사가 합법이지만, 영국, 웨일스, 북아일랜드에서는 자살방조죄로 최대 14년까지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이에 딸들은 엄마를 위해 존엄사를 승인해 줄 의사들을 찾았지만 거부당했다.
마침내 한 정신과 의사의 승인을 받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스위스에 갈 수 없어 기다려야 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자넷과 딸들은 스위스 취리히로 향했다.
비용은 만만치 않았다. 의사의 출석, 처방 비용, 스위스 당국의 관리 비용, 화장 비용 등이 포함된 존엄사 비용은 8,380파운드(한화 약 1,360만 원)였으며, 취리히로 가는 비행기 값은 10,500파운드(1,704만 원)에 달했다.
모든 금액은 자넷이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해결했다.
스위스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자넷은 딸들과 추억을 나누며 모처럼 많이 웃었다고.
아파트에 도착한 자넷에게 스위스의 의사는 왜 존엄사를 하고 싶은지를 포함한 몇 가지 질문을 하면서 그녀가 마음을 바꿀 가능성이 있는지 물었다. 자넷은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다음날 오전 10시쯤 자넷은 준비가 됐다고 전했고 맨디와 동생은 엄마를 침대로 옮긴 후 양쪽에 앉아 엄마의 손을 잡았다.
자넷은 의사가 준 바르비튜레이트가 들어있는 음료수를 마시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몇 초 뒤 의식을 잃었다.
맨디는 "엄마는 끝까지 용감하고 아름다웠다"라고 회상했다.
그녀가 집에 돌아온 다음날, 한 경찰관이 다급하게 문을 두드렸다. 누군가의 제보 전화를 받고 찾아온 경찰이었다.
맨디와 동생을 체포한 경찰은 진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맨디에 대한 수사는 진행됐다. 경찰은 자넷의 계좌뿐만 아니라 그녀의 은행 계좌에 대한 접근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이 되어서야 그녀는 변호사로부터 기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맨디는 "이 결정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안도했다. 정말 눈물 나더라"라고 전했다.
한편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스위스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살 권리만큼 죽음을 선택할 권리도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존엄사는 스위스 외에도 네덜란드, 벨기에, 캐나다, 미국 일부 주에서 허용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안에 적극적 안락사 도입 검토를 포함한 '프랑스식 임종 선택 모델'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도 존엄사 등을 제도로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