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임기수 기자 = 주변에 우울증이나 알코올 장애가 가진 사람이 있다면 '보름달 뜰 무렵'과 오후 3~4시대 주변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보름달이 뜰 때 무언가 신비로운 일이 벌어진다는 민담이 전해져 왔는데, 실제로 이즈음 극단적 선택이 늘어난다는 과학적 분석이 제시된 셈이다.
최근 정신의학 저널 '디스커버 멘탈 헬스'(Discover Mental Health)에는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의사 알렉산더 니쿨레스쿠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이 인디애나주 매리언카운티에서 2012∼2016년에 발생한 극단적 선택과 관련된 검시관실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도했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 총 776명 중 200명이 보름달이 낀 주(566일)에 극단적 선택을 하고, 다른 566명은 보름달 주가 아닌 2천6일 사이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통계분석을 통해 보름달이 뜨는 주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늘어나고, 특히 55세 이상에서 더 뚜렷하게 늘어난 것으로 제시했다.
또 1년 중에서는 9월, 하루 중에서는 오후 3∼4시대에 극단적 선택이 많았다고 밝혔습니다.
니쿨레스쿠 박사는 "임상적, 공중보건적 관점에서, 극단적 선택 위험이 높은 환자는 보름달이 뜨는 주에 오후에, 특히 9월에 더 주시해야 한다는 점이 이번 연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중요한 메시지"라고 했다.
니쿨레스쿠 연구진은 앞선 연구에서 불안이나 우울,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의 정신건강 상태와 고통 등을 알 수 있는 혈액 생체지표를 개발했으며, 검시관실에서 채취한 자살자의 혈액 시료에서 이런 지표가 존재하는지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다른 시기와 비교해 보름달 기간, 늦은 오후, 9월 중에 자살을 예측하는 생체지표는 인체 내 시계인 이른바 생체시계를 통제하는 유전자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또 "이 생체지표를 이용해 알코올 사용 장애나 우울증을 가진 사람은 이 시기에 더 위험이 높을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니쿨레스쿠 박사는 보름달로 늘어난 빛이 이 기간의 자살률 증가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
주변의 빛은 인간이 잠을 자야 할 때와 활동할 때를 조절하는 생체시계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데, 보름달의 빛이 어두워야 할 시점에 밝게 빛남으로써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주변의 빛과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의 생체시계의 영향은 수면 및 빛 노출 등과 함께 더 면밀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면서 "빛의 변화는 취약한 사람들에게 다른 위험 요소와 연결돼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하루 중 오후 3∼4시에 자살률이 정점에 달한 것은 이때부터 빛이 줄어들기 시작해 생체시계 유전자 발현이 낮아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 분비도 떨어지게 만들 뿐만 아니라 하루 중의 스트레스 요인과도 연관돼 있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연중 9월에 극단적 선택이 많은 것도 이 무렵에 낯시간이 줄어드는 데 따른 계절성정서장애와 여름휴가가 끝난 뒤 이어진 스트레스 등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했다.
니쿨레스쿠 박사는 "이번 연구는 보름달과 늦은 오후 시간대, 가을 등이 우울증이나 알코올 사용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는 자살 위험이 증가하는 시간의 창이라는 점을 보여줬다"면서 앞으로는 밤 시간에 화면 노출이 젊은 사람의 자살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것이라고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