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예능 치트 키 '수면 내시경'... 일각에선 우려하는 이유
[인사이트] 최민서 기자 =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수면내시경' 장면을 웃음 치트 키처럼 쓰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SNS에는 '나 혼자 산다뿐만 아니라 모든 TV 프로그램에서 내시경 중 수면상태를 희화화하는 거 너무 불편하다'라는 글이 등장했다. 해당 글에 공감하는 다른 글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뜨거운 논쟁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미디어에 계속 노출되니까 시청자 입장에선 은연중에 '나도 저렇게 헛소리하겠지'라는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며 "자신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무방비 상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도 비인간적이라 불쾌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 누리꾼은 "미디어에서 수면내시경을 희화화하니까 내시경실 직원들이 수검자들의 이상한 요청을 계속 듣는다"면서 "수면내시경 중 발생하는 일도 결국 프라이버시인데 제발 방송에서 희화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4일 MBC '나 혼자 산다'에서는 '제1회 팜유 피지컬 심포지엄' 2탄이 전해졌다. 이날 방송에선 박나래와 전현무, 이장우가 내시경 받는 장면이 송출됐다.
박나래는 내시경 도중 눈을 번쩍 뜨고는 "여기 와인 바예요?", "지금 똥이 나온다", "코쿤 안 왔어요?" 등 헛소리를 해 주위를 폭소케했다.
전현무 또한 잠결에 "똥구멍 아파요"라고 반복적으로 외쳤고, 이장우는 벌떡 일어나 "음식은 답이 없어"라고 비몽사몽 말했다.
이들은 추후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주사를 맞자마자 잠들었다. 아무 느낌 없이 푹 잤다"고 말하는가 하면 해당 방송 장면을 돌려 볼 때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해 모두를 경악하게 했다.
당황스러운 건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시청자들은 "앞으로 무서워서 수면내시경 어떻게 하냐", "내가 무슨 소리 할지 너무 무섭다", "예능에서 저런 장면 많이 나오니까 수면내시경 꺼리게 된다"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생각보다 헛소리하는 사람 별로 없다"며 "예능인데 재미로 보고 넘겨라"라고 반박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한편 예능 프로그램 속 연예인들은 수면내시경 도중 혹은 마취가 풀릴 때 저마다 헛소리를 한 뒤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한다.
대부분 웃어넘길 수 있는 수준이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자신도 이상 행동을 할 것이라는 두려움과 인간의 무방비한 상태를 희화화하는 것에 불쾌함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사실 모두가 수면내시경 중 이상 행동이나 헛소리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조용히 잠들었다가 일어나는 편이며 병원마다 수면 방법과 사용하는 약제가 다르기 때문에 간혹 수면 중 약물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을 때 이상행동을 보일 수 있다. 역설 반응률은 5%로 극소수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