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3년 만에 중국으로 날아갔다.
중국발전고위급포럼이 열리는 베이징에 당도한 이 회장은 미중 반도체 전쟁을 의식한 듯 말을 아꼈는데, 기자들 앞에서 '베이징 날씨'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 23일 이 회장은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이후 동선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제(25일)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 댜오위타이(조어대) 국빈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회장을 향해 수 많은 질문 세례가 쏟아졌지만 이 회장은 딱 한마디만 남긴 채 자리를 떴다.
“북경(베이징) 날씨가 너무 좋지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발전포럼 세션 연설자로 나서 중국의 혁신이 더 빨라질 것이라 덕담하고, 중국 농촌 교육에 기여를 늘릴 계획을 발표한 것과는 다소 색깔이 다른 대답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신중한 발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는데, 시민들은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이 발언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조금만 고심해서 생각해보면 그 어떤 참석자들보다 중국 당국이 좋아할 만한 발언이라는 반응이다.
지난 22일 중국 베이징의 미세먼지는 '극악' 수준이었다. 베이징시 환경보호 관측센터는 이날 오전 실시간 대기질 지수(AQI)를 500, 레벨 6으로 공지했다. 레벨 6은 '엄중 오염'으로 가장 나쁜 상태를 뜻한다.
베이징 거의 모든 지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1500㎍/㎥를 넘기기까지 했다. 마스크를 넘어 방독면을 쓰거나, 고글을 낀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였다.
베이징시는 관측소에서도 "정오까지 대부분 지역에서 가시거리가 1㎞ 미만으로 예상된다"며 "야외 모임과 야외 스포츠 활동을 중단하라"고 공지할 정도였다.
이런 날씨 속에서도 이 회장은 베이징의 날씨를 칭찬했다. 비록 23일 대기질 지수(AQI)가 109로 떨어지며 레벨 3이 되기는 했지만, 좋은 날씨와는 거리가 있었다.
시민들은 미중 반도체 전쟁 속에서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중국이 좋아할 만한 최고의 발언이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어려움의 연속인 상황 속에서도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사업을 위해 노력하는 이 회장의 행보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한 시민은 "남부럽지 않은, 대한민국 1위 기업의 총수조차도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라고 반응해 공감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