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구급차 탔는데 병원 못 찾아 뺑뺑이 돌았다...노키즈존으로 변하고 있는 응급실"

서울 은평성모병원 응급의료센터 안내문 / 온라인 커뮤니티


[인사이트] 최재원 기자 = 야심한 밤이나 주말, 명절 등 사고가 발생하면 환자들은 응급실로 향한다. 그러나 17세 미만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응급실이 줄고 있다. 그것도 서울에서 말이다.


일각에선 아이가 응급실에 가야할 일이 생기면 병원을 찾지 못해 '뺑뺑이'를 돌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일 서울 은평성모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안내문 하나가 올라왔다. 은평구의 유일한 소아응급실을 운영하는 이곳에서 소아청소년과 응급실 야간 운영을 중단한다는 내용이다. 유아와 청소년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주민들의 우려가 쏟아졌다.


야간 진료 중단 원인은 의사 부족.


12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은평성모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레지던트) 수급이 안 돼 소아응급실 야간 진료가 어려워졌다"면서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 상황일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빨리 야간 운영을 재개하기 위해 전담 인력을 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소아과 전문의 부족으로 병원은 뜻하지 않게 '노키즈존'화 되어가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미래 상황 역시 녹록지 못하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실이 분석한 '올해 17개 시도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충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소아과 레지던트에 지원한 의사는 53명에 불과하다.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80%였던 소아과 지원율이 급감한 것이 뼈아프다.


전문가들은 소아 진료 특성상 위험 부담이 크지만 진료비는 낮고, 저출산으로 미래가 어두운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을 이유로 보고 있다. 실제 소아과는 의료계 15개 진료과 중 진료비가 가장 낮다.


뿐만 아니라 지난 10년간 유일하게 진료비가 감소한 과다. 최근 5년간 폐업한 동네 소아과도 662곳에 달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결국 전공의들의 소아과 기피 현상은 서울 도심에까지 뻗쳤다.


은평성모병원에 앞서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지난해 10월 한 명뿐이던 1년 차 소아과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자 소아응급실 야간진료를 중단했다.


이대목동병원은 소아응급실 전체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이 2월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외과 병실을 방문해 환아와 보호자를 격려하고 있다 / 뉴스1


상황이 급해지자 정부는 뒤늦게 대책을 마련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서울대 어린이병원을 찾으며 "의사가 소아과를 기피하는 것은 의사가 아닌 정부 정책 잘못이다"며 "건강보험이 모자라면 정부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바꾸라"고 지시했다.


다만 의료업계에서는 당장 시급한 응급 의료 공백을 메울 방안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소아 진료 인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는 지난 2일 성명서를 통해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소아진료 인력을 확보하고, 매년 응급실 소아진료 현황을 조사해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학회는 "소아의료체계의 위기 상황은 저출산·인구감소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심각한 상황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