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흰바지에 핏자국 있는 옷 그대로 입고 출근한 여성 정치인...그 이유는

Twitter 'gloria_orwoba'


[인사이트] 임기수 기자 = 한 여성 정치인이 붉은 색 피가 묻은 흰색 정장 바지 입고 그대로 의회에 출근해 화제다.


지난 8일(현지 시간) AP 통신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흰색 바지에 생리혈이 묻은 채 그대로 출근한 케냐의 여성의원 글로리아 오워바의 사연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붉은 자국을 묻힌 채 의회에 나타난 날, 오워바 의원은 국회 출석을 거부당했다. 의회 측이 밝힌 출입 거부 사유는 '복장 규정 위반'이었지만, 월경혈로 추정되는 흔적에 대한 아프리카 특유의 거부감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이라고 전했다.


그날 오워바 의원은 의회는 떠나면서도 옷을 갈아입지 않고 그대로 한 학교를 방문해 생리대 무료 배포 행사에 참석했다.


Twitter 'gloria_orwoba'


오워바 의원은 "여성들은 내 바지를 가려주는 등 도와주려고 했는데 이런 선의의 행동조차 반갑지 않았다. 우리는 월경혈은 절대 남에게 보여서는 안된다고 배웠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워바 의원은 '월경권 보장'을 위한 법안 마련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정치가다.


월경권이란 모든 여성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월경을 할 수 있는 권리다. 월경으로 인해 혐오나 차별의 대상이 되지 않고, 월경을 죄악시하거나 금기시하는 사회적 인식을 타파하자는 개념도 포함된다.


그녀가 이같은 파격 행보에 나선 계기는 지난 2019년 케냐의 14세 소녀 자살 사건이다. 당시 소녀는 학교에서 첫 월경을 경험했고, 교복에 묻은 피를 본 학교 교사가 소녀를 "더럽다"고 비난하며 교실에서 내쫓았다.


극도의 수치심을 느낀 소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어머니는 "첫 월경이라서 생리대를 준비해가지 못했다"고 눈물을 터뜨렸다.


Twitter 'gloria_orwoba'


오워바 의원은 이 사건을 계기로 "월경혈을 흘리고, 남에게 보이는 것은 결코 범죄가 아니다"고 강조하며, 월경을 터부시하는 아프리카의 고정관념 타파를 위해 뛰고 있다.


오워바 의원은 케냐 전역의 여학생에게 생리대를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 자금 지원을 늘리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녀는 "월경권을 위한 최전선에 선 내가 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 10대 아들에게도 월경하는 여학생에게 수치심을 주지 말라고 경고했다. 여성들은 과감하고 뻔뻔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