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너는 왜 오늘 그 차를 끌고 와가지고 분위기를 망치냐"
100명 정도의 직원이 일하는 한 중소기업의 직원이 큰마음 먹고 구입한 중고 수입차를 회사에 끌고 갔다가 본전도 못 찾았다.
이 직원이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그는 욕을 먹어야 했다.
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각종 SNS에는 중고 수입차를 구매해 회사에 몰고 갔다가 욕을 먹은 한 직원의 글이 확산됐다.
해당 글 작성자 A씨는 자신의 회사가 직원들 서로 '형 동생' 하며 좋은 사이라고 말했다.
최근 회사의 한 차장(친한 형)이 신형 그랜저를 계약했다고 자랑을 하고 다녔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회사 사람들은 그런 차장에게 "차 언제 나와요", "나오면 바로 보여주세요", "축하드려요" 등의 말을 건넸다.
A씨도 차장이 기뻐할 말을 해줬다. 그러던 지난 주, 예상보다 빠르게 차장의 신형 그랜저가 출고됐다.
그를 비롯한 회사 직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예뻐요"라며 차장의 어깨를 으쓱하게 해줬다. A씨는 이후 조용히 자신도 중고 수입차 마세라티를 구입했다. 알아보던 차에 좋은 매물이 있어 고민 없이 샀다.
중고차여서 곧바로 차가 나왔고, 그대로 차를 몰고 출근했다. 그는 그 행위가 자신에게 해가 될 줄은 전혀 몰랐다.
사람들은 회사 앞에 주차된 '삼지창' 수입차를 보고 수군댔다. 벤츠, BMW보다 더 좋다는 차를 보고 "이거 누구 차냐"라며 관심을 가졌다.
A씨는 점심시간에 차를 몰고 드라이브를 하고 왔는데, 마세라티 특유의 배기음에 많은 이들이 놀랐다. 특히 회사 형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 말았다.
"와 마쎄", "차 바꿨냐, 부럽다", "차 예쁘다", "마세라티는 뭔가 다르네" 등의 칭찬이 이어졌다. 자연스럽게 신형 그랜저는 찬밥 신세가 됐다.
그리고 다음날, 회사 형들의 욕 세례가 이어졌다. "야이 XX야, 눈치 없이 지금 차를 바꾸면 어떡하냐" 등의 핀잔이 날아왔다. 차장의 기분이 하루 만에 안 좋아진 게 다 마세라티 때문이라는 잔소리가 터져 나왔다.
A씨는 "구형 마세라티라 관심이 없을 줄 알았다"라면서도 "새 그랜저에게 갔던 관심이 내 차로 쏠려 미안하기도 하지만, 그게 뭐 그렇게 시무룩해 할 일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글을 맺었다.
누리꾼들은 "이 정도면 회사 형들이 진짜 착한 것", "차장님이 좋은 분이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자칫 일폭탄이 터지거나, 야근이 늘어나거나, 직접 욕을 먹거나 할 수 있는데 이 정도면 다행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