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1월 11일(토)

신림동에서 월세사는 부부가 '애 둘 낳고 사는데 행복하다'고 말하자 MZ 세대가 보인 차가운 반응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11평 월세로 살고 있는 부부... "아이 2명 낳아 행복해"


[인사이트] 최민서 기자 = 서울 신림동에서 월세로 살고 있는 한 부부가 '아이 두 명 낳고 사는데 행복하다'고 말하자 싸늘한 반응이 돌아왔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집이 없어서 결혼을 못 한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아내와 함께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는 남성 A씨는 "누군가에겐 기생충 영화에 나오는 반지하 집이 신기할지 모르지만, 나에겐 삶 자체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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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아내와 결혼하기로 처음 마음먹었을 때 전세집 구할 돈이 없어서 월세로 살게 됐다"며 "이후 운 좋게 11평짜리 엘리베이터 없는 4층 빌라를 구한 뒤 신혼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이를 갖기로 결심했을 때도 가진 건 없지만 돈은 벌면 된다고 생각해서 돈 걱정만은 하지 않았다"면서 "어렸을 적 사업이 망했을 때도 부모님이 해낸 것처럼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A씨는 "인터넷에서 월급 실수령 1000만 원 이하는 아이를 가지면 민폐라는 이야기를 보고 분노하게 됐다. 세상엔 250만 원도 힘겹게 버는 분들이 많다"고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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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다는 아니야... 부모의 길 비하하지 말라"


그는 "결혼과 육아에 냉소적인 사람들한테 '불쌍하다'고 전하고 싶다"면서 "감히 겪어보지도 못한 부모의 길을 비하하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나는 잘나지 않았지만 은방울 같은 아이 둘을 낳고 보석 같은 나날을 살고 있다"며 "아이를 낳고 기르는 건 축복이자 특권이라 생각한다"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그런데 A씨의 글이 공개되자 이를 저격하는 듯한 2030 세대들의 반박이 잇따라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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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가난하면 행복할 수 없어"


이들은 "솔직히 '월 1000만 원 못 벌면 애 낳지 말라'는 소리는 무시해도 된다. 하지만 서울 신림에 전세도 아닌 월세로 사는데 자녀를 2명이나 낳은 건 욕심"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아이가 생기고 난 뒤 가족 입장은 쏙 빼놓고 본인만 행복하다는 자기중심적인 감상만 늘어놨다"며 "신혼 땐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지만 아이가 생기면 육아를 해야 하기에 말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철없는 아빠들은 아이들의 요구보단 커가는 모습만 보면서 자신이 '아버지'라는 책임감에 도취된다"며 "아이를 낳을 거면 부부 둘 다 일 할 수 있는 환경이나 주거지가 있을 때 해라. 정 안 되면 적어도 출산은 좋은 환경을 꾸린 다음에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외에도 "아무리 저출산 시대라도 할 말은 해야 겠다"며 "만약 남편이 육아를 못 해서 아내에게 전담시키는 경우라면 남편은 아이를 위해서라도 두 사람 몫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2030 세대들의 현실적인 반응이 공개되자 누리꾼들은 "가난한데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은 그 집의 아이들 입에서 나와야 진짜다"라면서 격공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현실적으로 제일 비싼 게 육아인데 아내한테 24개월 할부 명품 백 사주는 것도 인색해하면서 24년 할부의 애를 낳자고 하는 게 웃긴다"며 "항상 가난한데 애 낳자고 주장하는 건 대부분 남자다. 현실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아 수가 불과 10년 만에 반토막 나며 처음으로 25만명을 넘기지 못했다. 합계 출산율은 0.8명(0.78명)을 지켜내지 못했고,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는 5명(4.9명)이 채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