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6일(목)

"같은 신발 75명 봤다"...없어서 못 구하던 나이키 '범고래'의 추락

Nike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한때 높은 리셀가를 기록하며 인기를 누렸던 나이키 '판다 덩크(나이키 덩크 로우 레트로 화이트 블랙)'의 인기가 추락하고 있다.


흰색과 검은색의 조화로 일명 '범고래'라 불리던 바로 그 운동화다.


지난 7일(현지 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나이키의 판다 덩크는 모든 사람들이 착용하기 전까지 수집가들의 꿈이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나이키 판다 덩크의 희소가치가 떨어지면서 더 이상 예전 같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MBC '나 혼자 산다'


해당 신발은 국내에서도 방탄소년단 슈가, 마마무 문별, 소녀시대 효연, 배우 공유, 김영광, 정유미, 박규영 등 유명 스타들이 신으면서 패피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판다 덩크의 인기는 하락세를 탔다.


미국 유타주 프로보에서 경영전문대학원(MBA)에 다니는 잭 존스(Zack Jones, 26)는 2021년 초 리셀업자로부터 원가(100달러)의 2.5배인 280달러(한화 약 35만 원)에 판다 덩크를 구매했다.


지하철 안 승객들이 나이키 판다 덩크(범고래)를 신고 있다. / 온라인 커뮤니티


그런데 얼마 후 나이키는 판다 덩크를 여러 차례 재입고했다. 이에 판다 덩크의 희소가치가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디즈니랜드로 가족여행을 갔을 때 그는 예상치 못한 경험을 했다.


자신과 같이 판다 덩크를 신은 사람을 75명이나 보게 된 것이다.


그는 "마치 페이스북이 처음 나왔을 때와 같다. 처음에는 그저 어린아이들만 하다가 어느 날 엄마들이 페이스북을 시작한 것과 같은 느낌"이라면서 "더 이상 멋지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MBC '나 혼자 산다'


WSJ는 희소가치가 떨어지면서 SNS에 판다 덩크의 사진이 계속해서 올라오자 운동화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보기 싫다'라는 짜증 섞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운동화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서플라이(SiteSupply)'를 운영하는 앤서니 트레비소(Anthony Treviso)는 판다 덩크에 대해 "보기 싫다"라면서 "창의력이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2021년 1월 처음 출시될 당시 판다 덩크는 한정적인 수량만 판매했다.


처음 판매 가격은 100달러(한화 약 12만 원)였으나 2021년 12월 스탁엑스(StockX)에서의 리셀 가격이 300달러(한화 약 37만 원)가 넘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도 나이키 공식 홈페이지에 구매 응모를 하면 추첨된 인원만 구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중에 더 많은 물량이 풀리면서 리셀가는 계속해서 떨어졌고 최근에는 150달러(한화 약 18만 원)까지 떨어졌다.


(좌) 판다 덩크를 신은 공유 / Instagram 'gongyoo_official', (우) 판다 덩크를 신은 다솜 / Instagram 'som0506'


WSJ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나이키는 올해 1월 재입고 기간 중 15만 켤레의 판다 덩크를 입고했고 재고로도 50만 켤레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탁엑스의 신시아 리(Cynthia Lee) 머천다이징 부사장은 여러 번의 재입고에도 불구하고 리셀러들은 판다 덩크의 기존 소매가와 비교해 더 높은 리셀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베이(Ebay)와 고트(Goat)는 판다 덩크가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운동화라고 했다.


리셀러들은 나이키가 이번 달 판다 덩크를 재입고할 것이며 그 이후에도 추가로 재입고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그만 입고하라"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WSJ는 나이키가 판다 덩크의 소매 공급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운동화 콘텐츠 크리에이터 미스터 다니엘스(Mr. Daniels)는 "운동화가 도처에 보이기 시작하면 매력을 잃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