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유리 기자 = 자신의 아내와 성적행위를 하는 지인을 목격하고 격분해 살해한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31일 대전고법 형사3부(재판장 정재오)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53)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6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25일 새벽 1시경 충남 보령시 피해자 B씨(60)의 아파트에서 B씨를 흉기로 찌르고 커피포트 등 주방 집기 등으로 폭행했다. B씨는 과다 출혈 등 치명적인 상해를 입고 상당한 시간 방치돼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A씨는 아내와 함께 B씨 집을 방문해 술을 마시던 중 화장실에서 잠들었다. 이후 거실에 나온 A씨는 B씨가 자신의 아내에게 성적 행위를 하는 모습을 목격했고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B씨가 먼저 자신의 아내를 죽이겠다고 흉기를 꺼냈으며 이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상해를 입혔으며 고의로 살인할 의사는 없었다"며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는 상황에도 증거를 남긴다며 사진을 찍고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피가 묻은 자신의 바지를 세탁했다" 면서 "방어 과정에서 몸싸움하다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기보다 피고인이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혔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징역 16년형을 선고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흉기로 찌른 부위, 얼굴을 가격한 정도, 횟수 등에 비춰봤을 때 살해 의도를 갖고 적극적으로 공격한 것으로 보이며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C씨가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는지 여부는 적법한 절차를 통해 밝혀져야 했다"고 말했다.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를 취하진 않았지만 스스로 경찰에 신고한 사정은 일부 참작할 필요가 있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한편, A씨 부부는 B씨가 운영하는 마트에서 2021년 10월까지 함께 일했던 직원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