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선수들이 원하는 감독님과 함께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성남시청 소속 한국 여자 쇼트트랙 간판 최민정이 인스타그램에 '코치 채용에 대한 선수입장'을 올렸다. 이 입장문은 최민정을 비롯한 성남시청 빙상팀 소속 선수들의 공동 입장이다.
31일 새벽에 올라온 이 입장문은 굉장한 파급력을 보이고 있다.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과 김선태 전 중국대표팀 감독이 코치 선발에서 탈락한 직후 나온 입장문이어서다.
게다가 오늘은 성남시청이 코치직 최종 합격자를 발표하는 날이기도 하다.
김다겸, 최민정, 서범석, 이준서, 김건희, 김길리 등 성남시청 소속 쇼트트랙 선수 6명은 이날 '코치 채용에 대한 선수입장'을 발표했다.
선수들은 현재 공석인 코치 공개채용 과정을 알고 있었는데, 이들은 "이번 코치 선발 과정이 외부의 영향력에 의한 선발이 아닌 무엇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성남시청 빙상부는 전, 현직 대표팀 선수들을 가장 많이 확보한 팀"이라며 "이렇게 훌륭한 팀을 이끌기 위해서 지원자 중 코치, 감독 경력이 가장 우수하고 역량이 뛰어나며 소통이 가능한 코치가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관계자분들이 도와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라며 "항상 많은 지원 감사드리며, 성남시 소속 선수로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라고 글을 맺었다.
최민정이 이날 올린 게시글에 따르면 해당 입장문은 성남시청 코치 선임 발표 전인 지난 9일 제출한 것이었다.
그는 "선수가 어떤 지도자를 원한다는 입장문을 낸다는 게 너무 조심스럽고 건방져 보이지만 그럼에도 용기를 냈다"라고 말했다.
최근 성남시청 코치 선임을 둘러싸고 나오는 이야기로 인해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 덕목은 뒷전에 있고 사회적 이슈가 주를 이뤄 선수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느껴 이러한 입장문을 올렸다고 최민정은 이야기했다.
최민정은 "마지막 올림픽이 될지도 모르는 2026년 밀라노 올림픽에서 전과 달리 후회 없이 보여드리고 싶다"라며 "시합을 뛰는 것은 결국 선수들이다. 선수들이 원하는 감독과 함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라고 덧붙였다.
입장문 내용과 최민정의 글은 즉각 논란이 됐다.
안현수와 김선태를 비호하기 위한 의도 아니냐는 지적이 각 곳에서 쏟아졌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시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시민들은 개인 트레이너가 아닌, 성남시민들의 지자체 세금과 국민들의 세금으로 모은 지방재정교부금을 통해 운영되는 성남시청의 감독·코치를 선수들이 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시민은 "감독과 코치를 마음대로 정하고 싶다면 팀 소속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대회에 출전하고 다른 선수들과 경쟁하는 게 맞다. 개인 스폰을 받아 활동하고, 경쟁해 실력으로 국대가 되면 된다"라고 해 공감을 얻었다.
논란이 커지자 최민정 측은 "입장문에서 언급된 코치는 빅토르 안을 지칭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다만 주어를 명확히 해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는 추가적으로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