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나영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소변'만으로 암을 99%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 25일 한국재료연구원(KIMS)은 나노표면재료연구본부 정호상 박사 연구팀이 포스텍 노준석 교수, 경희대 의과대학 최삼진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소변 내 대사체의 광신호를 증폭할 수 있는 스트립 형 소변 센서를 개발하고 현장에서 암을 진단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정 박사팀이 개발한 기술은 검사가 필요한 시점에 소변을 소량(10uL)으로 용적한 후 빛을 조사하는 것만으로 별도의 분석 과정 없이 전립선암과 췌장암을 검사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기술 관련 특허는 한국과 미국에 출원됐으며 연구 결과는 지난 9일 국제학술지 '바이오센서 앤 바이오일렉트로닉스'에 게재됐다.
먼저 연구진은 암 환자와 정상인 소변 내에 존재하는 대사체 구성 성분의 차이에 주목했다.
'대사체'란 세포, 조직, 체액 등 생물학적 시료 내에 존재하는 대사산물의 총체를 뜻하는데, 체내 암세포가 증식하면 비정상적인 물질대사를 분비한다.
연구진은 다공성 종이 위에 산호초(Coral) 모양의 플라즈모닉 나노소재를 형성해 소변 내 대사체 성분의 광신호를 10억 배 이상 증폭하는 '표면증강라만산란 센서'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 센서에 소변을 용적하고 빛을 조사해 획득한 분광 신호를 인공지능 기반 분석법으로 삼성서울병원 암 환자 60명과 일반인 40명 검체를 받아 연구를 진행한 결과 연구진은 정상인과 전립선암·췌장암 환자를 99%까지 구분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이 기술을 이용하면 별도의 분석과정 없이 소변 대사체에 빛을 쏘아 전립선암과 췌장암 여부를 99% 판정할 수 있는 것이다.
또 검사기기는 스트립형으로 제작해 현장에서 바로 고감도로 암을 진단할 수 있다.
지금까지 암 진단은 혈액검사 또는 영상의학적 방법으로 암을 찾아내고 조직검사를 통해 암을 진단해왔다.
따라서 매번 암을 늦게 발견해 치료가 늦거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센서기술은 누구나 쉽게 획득할 수 있는 소변을 이용한 새로운 암 진단법이라는 데서 큰 의미를 갖는다.
게다가 스트립형 센서의 생산가격이 개당 100원 이하라 대량 검사에도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연구팀은 전립선암·췌장암을 시작으로, 대장암·폐암 환자의 소변을 분석해 진단 가능한 암의 종류를 점차 늘려가는 중이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한국재료연구원 주요 사업과 한국연구재단 나노 및 소재 기술 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