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임기수 기자 =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서 엘살바도르 대표가 비트코인 의상을 입고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2일(현지 시간) 온라인 미디어 세메나는 제71회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서 엘살바도르 대표 알레한드라 구아하르도는 '코인'을 콘셉트로 잡은 전통의상을 선보였다고 보도했다.
구아하르도는 등에 초대형 코인을 멨다. 엘살바도르 건국 초기 유통됐던 법정화폐 동전 '콜론'의 모형이었다.
콜론은 아메리카대륙을 처음 발견한 콜럼버스의 스페인어식 발음이다. 구아하르도는 콜론 동전 주변에 자국의 대표적 생산품이자 수출품인 코코넛 열매를 달아 엘살바도르의 국가 정체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구아하르도가 들고 등장한 봉이었다. 구아하르도는 비트코인과 코코넛으로 꾸민 봉을 들고 등장했다. 봉의 꼭대기에는 비트코인을 상징하는 알파벳 B자가 크게 새겨진 금색 동전이 달려 있었다.
콜론으로 시작해 비트코인으로 발전한 엘살바도르의 통화 역사를 한 번에 보여주는 전통의상이었던 셈이다. 엘살바도르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도입한 국가다.
하지만 비트코인 의상을 입은 그녀를 본 엘살바도르 현지인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현지 누리꾼들은 "비트코인이 법정통화가 된 후 국가가 얼마나 손해를 봤는지 아는가", "비트코인 가치가 50% 이상 떨어졌다. 비트코인 예찬이 웬말이냐", "저러고 걸을 때마다 비트코인 값이 떨어지는 것 같다"등의 부정적인 반응들을 쏟아냈다.
구아하르도가 외국인이라 우리 사정을 모르고 저런 짓을 한 것이라는 비난까지 나왔다.
구아하르도는 엘살바도르 아빠와 멕시코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이중국적자다. 태어난 곳은 멕시코다.
현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결정이 오판이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것 같다. 절대 자랑할 일이 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한편 엘살바도르는 지난 2021년 9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후 지금까지 1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비트코인을 사들였다. 하지만 암호화폐 가치가 떨어지면서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 투자액의 57% 손해를 봤다.
손실 액수는 약 7000만달러(한화 약 931억원)로 추정된다.
하지만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 양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엘살바도르 의회는 최근 법률 개정으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로 채권을 발행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