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김 위원장의 친형인 김정철이 2000년대 중반 여성 편력이 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호텔 출입금지령'까지 내렸으나 김 위원장이 이를 무시해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한반도 전문가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대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전 서울지국장)이 펴낸 '김정은과 김여정'에 이러한 내용이 담겼다.
마카노 기자의 저서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김 위원장은 친형 김정철과 함께 저녁만 되면 평에 있는 고려호텔에 자주 나타났다.
이들 형제가 뜨면 고려호텔 입구가 봉쇄되고 투숙객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었다고 한다.
관련 보고를 받은 김정일은 형제에게 고려호텔 출입금지령을 내렸다. 성격이 비교적 온순한 편이었던 김정철은 아버지의 지시를 따랐지만 김 위원장은 따르지 않고 이후에도 여성들과 함께 계속 호텔을 출입했다.
나중에 김정일의 분노가 커지자 부자 사이 갈등이 깊어졌고, 김여정이 나서 김정일의 용서를 이끌어냈다고 마카노 기자는 저서를 통해 밝혔다.
그는 "김여정은 김정일에게 만일의 사태가 일어났을 때 스페어로 소중하게 쓰일 특별한 존재"라고 분석했다.
저자는 김여정과 관련해 태어나서부터 눈에 띄는 것을 좋아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에서 접촉한 북한 당국자들도 정보관계자들에게 "김여정이 눈에 띄고 싶어 해서 곤란하다"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김여정이 어릴 때부터 정치를 하고 싶어 했지만 고모인 김경희가 반대해 김정일 사망 전까지 무대에 등장하지 않았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그는 김여정이 능력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면밀하게 검토한 뒤 행동에 옮긴다"고 평가했고, 이 때문에 측근이 적은 김정은도 김여정에게 의지한다고 했다.
김정은이 김여정을 의지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가 김정은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김정일이 업무 복귀 후 동생 김경희가 현장 지도에 동행한 이유가 김정일이 다시 쓰러질 때를 대비한 행동"이라며 김정은의 건강이 좋지 않아 만일을 대비해 김여정이 자주 동행한다고 했다.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을 몰락시킨 나리타 공항 사건은 김정은의 모친 고용희의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일 본처의 지위를 쟁취한 고용희 세력이 김정남에게 마지막 철퇴를 가하기 위해 2001년 5월 김정남이 위조여권으로 일본에 방문한 사실을 싱가포르 정보기관에 알렸고, 관련 정보가 일본 공안조사청에 접수되면서 사건이 터졌다는 설명이다.
마카노 기자의 '김정은과 김여정'에는 이외에도 김정남 암살을 다룬 '북한 권력투쟁의 내막', '김정은 정치의 실태', '독재체제의 정체', '핵과 미사일의 행방' 등 1990년대 이후 북한 체제와 관련한 내용이 담겼다.
한편 마카노 기자는 2007년부터 5년 동안 아사히 신문 서울특파원, 2015년부터는 서울지국장으로 3년 6개월 동안 근무했다.
당시 그는 한국 정부 당국자와 연구자, 탈북자를 취재했다.
2014년 워싱턴에서 미국 민주주의기금(NED) 객원연구원을 지내며 존 볼턴 전 백악관 보좌관, 제임스 켈리 전 미 국무부 차관보 등을 만나 북미 협상 및 북핵에 대해 취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