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9일(일)

"축구협회는 외면, 선수들은 의지"...'신의 손'이라 불린 손흥민 트레이너의 '2701호 사건' 전말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안덕수가 폭로했던 "2701호의 비밀"


[인사이트] 정은영 기자 = 월드컵이 끝나갈 무렵 손흥민의 개인 재활 트레이너 안덕수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2701호에선 많은 일들이 있었다"라는 의미심장한 게시글을 올렸다.


2701호는 안덕수가 월드컵 기간 중 축구대표팀 숙소인 르메르디앙 시티센터 호텔에 머물며 선수들과 교류한 방의 번호다.


2일 디스패치는 안덕수 씨가 언급했던 '많은 일'과 관련해 축구협회 관계자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국가대표 선수들과 안덕수 트레이너 / Instagram 'deok_su_ahn'


보도에 따르면 안덕수와 송영식 트레이너는 지난 2018년 5월 러시아 월드컵 준비를 위해 국가대표 15여 명의 몸을 케어했으며, 한 선수당 2~3시간씩 근육을 집중 관리하며 운동기능을 회복시켰다.


또한 안덕수는 지난 2022년 11월, 2701호에 재활베드를 펼치고 국가대표 20명의 몸을 하루 15시간씩 손이 부르틀 정도로 돌봤다고 한다.


안덕수는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도 동행해 선수들의 몸을 관리했다.



2018년에도, 2022년에도, 이와 더불어 2019년에도, 안덕수 트레이너는 축구협회는 외면했으나 선수들은 의지한 '신의 손'이었다.


한 선수 관계자는 디스패치를 통해 "기간은 짧고 경기는 많다. 최대한 빨리 회복해야 한다"면서 "2701호가 없었다면 그런 회복력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안덕수는 대한선수트레이너협회(KATA) 1기 출신이다. 2002년에 자격증을 땄다. 하지만 그는 자격증을 갱신하지 않았다.



지난 2014년 K리그 연맹이 "대한선수트레이너협회에서 발급하는 AT 자격증만 인정하겠다"라며 자격증에 제한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K리그 연맹은 2017년에 자격 요건을 개정했다. "의무위원회 공인 자격증(AT)을 보유한 트레이너, 다른 자격증 보유하고 있으면 개별 심사를 통해 자격을 부여한다"고 바꿨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이를 좋은 빌미로 사용했다. "AT 무자격자라서 대표팀 트레이너로 채용할 수 없었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22년 11월 축구협회 관계자가 축협에도 (AT) 자격증이 없는 트레이너가 있다고 실토했다. 우루과이전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사비로 안덕수 경비 부담해야 했던 국가대표 선수들


이와 관련해 한 국가대표 관계자는 "선수들은 그동안 축협의 의견을 존중했습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각자 비용을 마련해 (안덕수) 경비를 부담했고요. 얼마나 절실했으면 그랬을까요? 그런데 알고 보니 축협에 속은 겁니다"라고 전했다.


손흥민 선수의 관계자는 "손흥민이 다쳤을 때, 처음 한 말 아세요. '월드컵은요?'...라고 물었대요. 선수들은 목숨 걸고 싸웁니다. 그런데 축협은 선수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들도 지키지 않는 '원칙'을 내세우면서요"라고 전했다.


카타르 월드컵이 치러질 당시, 2701호도 바쁘게 돌아갔다. 안덕수와 송영식 트레이너는 쉴 새 없이 손을 움직였다. 한 사람당 5~6명씩, 하루 15시간 이상을 매달렸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이후 11월 27일, 가나전을 하루 앞두고 선수들과 스태프가 모였다. 몇 가지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서다.


벤투호는 11월 28일, 가나전에 모든 시계를 맞췄다. 그러나 선수들은 그 중요한 시간에 다시 모였다. 전술 문제가 아닌 축협 내부 문제였다.


축구 협회 내부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이게 무슨 일입니까. 축협이 만든 오해를 선수들이 풀어주고 있으니... 축협은 계속 변명만 늘어놓고. 결국 의무팀 관계자가 자진해 전후 상황을 설명했습니다"라고 전했다.


고참급 선수들은 이날 회의가 끝난 뒤에도 추가로 미팅에 불려 다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선수 관계자는 "새벽 2시까지 2701호 불이 켜져 있었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일부 선수들이 축협 미팅에 참석하면서 케어받을 시간을 놓친 거죠. 밤 12시에 관리를 시작한 선수도 있다고 들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손흥민이 말하는 '마법사', 무리뉴가 언급한 '치료사'는 바로 안덕수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그들도 지키지 않는 '원칙'을 내세워 안덕수를 배척했다. 심지어 익명의 인터뷰를 통해 "축협 트레이너 자리에 욕심을 부리는 사람"처럼 묘사했다.


안덕수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했던 폭로는 선수들을 향한 안덕수의 진심이 담긴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