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십 통 공준전화로 오는 '전화 테러'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한 여성의 일상을 위협하는 전화 테러 이야기가 전해졌다.
지난 17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에는 한 여성의 일상을 위협하는 전화 테러 이야기가 전해졌다.
전화 테러로 고통받고 있는 여성은 미진(가명) 씨다. 그는 하루에도 수십 통씩 여러 지역에 있는 공중전화로 연락이 온다며 범인을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수상한 연락이 오기 시작한 건 지난 10월 중순쯤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걸려 오는 전화는 미진 씨가 받으면 아무 말도 없이 끊어졌다.
심지어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중에도 전화가 걸려 왔다. '여자냐, 남자냐' 성별을 물어보는 수상한 문자도 여러 차례였다.
이상함을 느낀 미진 씨는 문자를 보낸 사람들에게 어떻게 번호를 알고 연락했냐고 물었고, 그들은 하나같이 남자 공중화장실에서 번호를 봤다고 이야기했다.
제작진이 미진 씨에게 연락이 왔던 전국의 공중전화 근처 남자 화장실을 수색했다.
놀랍게도 여러 곳에서 "외로운 분, 편한 대화, 남자분만 (여자임)"이란 선정적인 문구와 함께 미진 시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미진 씨에게 걸려 온 공중전화 번호로 위치를 일일이 확인한 결과 오전에는 전라도, 오후에는 충청도에 위치한 공중전화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공중화장실 CCTV에 찍힌 미진 씨의 전 남자친구
충청도에서 확인한 공중전화, 그 옆 휴게소 공중화장실에도 역시 미진 씨의 번호가 남겨져 있었다.
미진 씨는 해당 전화번호를 오래 썼다. 또 업무와 광고 등에 활용하고 있어 바꾸기도 난감한 처지다.
미진 씨는 생업에 큰 차질이 생긴다는 걸 아는 사람의 짓 같다고 호소했다.
제작진은 직접 확인한 공중전화와 공중화장실 근처 CCTV를 찾아 분석했다. 그 결과 한 남성을 특정할 수 있었다.
미진 씨는 이 남성을 보자마자 "예전 남자친구"라고 말했다.
의문에 전화를 건 남성은 바로, 전남친이었다. 미진 씨는 "100%다. 하고 다니는 것. 키 큰 거. 가방 멘 거 딱 봐도 이 사람이다"라며 당황했다.
미진 씨와 전남친은 지인 모임에서 만나 지난 3월부터 교제했지만, 의견 차이로 지난 9월 헤어졌다.
그는 "전 이 사람 정체를 잘 모른다"며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한다. 신원이 확실한 게 하나도 없었다"고 이별한 이유를 설명했다.
전화 테러가 시작된 날도 미진 씨가 전남친을 차단한 다음 날부터였다.
미진 씨는 "사업을 20년 정도 한 사람이다. XX공장이 전국에 다 있지 않나. 이 사람이 다니는 동선과 맞긴 하다"며 "하지만 제가 전남친에게 (번호에 관해) 물어보니 무조건 아니라고 한다"고 밝혔다.
전남친이 가장 의심되는 상황이지만 필적 확인 결과 한눈에 보기에는 좀 달라 보인다.
다만 필적감정 정문가는 "화장실에 있는 필적들은 자신의 필적을 감추기 위한 어떤 것들이 있다"며 "가장 특이한 것이 'ㅎ'과 'ㅁ'의 형태다. 자신의 필적을 감추기 위해 이렇게 썻다고 추론해 볼 수 있겠다"고 의견을 전했다.
이별 후 전남친의 소름 돋는 행동은 더 있었다. 미진 씨가 사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고, 노숙을 하며 미진 씨를 감시해왔던 것.
놀란 미진 씨가 차를 빼라고 하자 전남친은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자기 근처만한 곳이 없네요", "전 어떻게든 보고 싶었지만 자기가 봐주질 않으니까요" 등 끊임없이 문자를 보냈다.
그게 무려 한 달 반째 이어졌다.
전남친 "공중전화로 전화한 건 인정...공중화장실 낙서는 안 해"
미진 씨는 "그냥 이러고 있다가 어느 순간 사라지겠다고 했다"며 협박 등이 없었고, CCTV 증거가 없었기에 신고하기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범죄심리 전문가는 "간접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피해자를 괴롭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스토킹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제작진이 전남친을 찾아가자 그는 "공중전화로 전화한 부분 인정한다. 찌질한 행동이었다"며 "저도 어차피 이번 주에는 주차장에서 나오려고 했다. 더 이상의 전화나 문자로 인터뷰는 사양하겠다"고 했다.
다만 낙서와 관련해서는 "제가 한 게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미진 씨는 전남친을 경찰에 스토킹 범죄 혐의로 고소하기로 했다. 제작진이 확보한 CCTV 영상을 증거로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