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외로운 이방인, 자칭 원시인이었던 에밀 시오랑이 폭력적인 언어로 풀어쓴 문명 비평 '역사와 유토피아'를 소개한다.
유토피아, 즉 지상에 이상사회를 건설하고 싶다는 이념은 플라톤 이후 마르크스, 레닌에 이르기까지 서구 사회에 떠나지 않는 욕망이다.
시오랑은 이런 사상의 흐름에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 그들이 말했던 완전함이란 결점이었고, 참신한 희망이란 재앙이었다는 것이다.
감상적으로 상상했던 사회 유형이었지만 실제로는 살 수 없는 것이었다고. 이상적인 공산주의 사회의 건설을 주장했던 카베의 공상 소설 '이카리아 여행'을 예로 인용한다.
토머스 모어에서 캄파넬라, 카베, 푸리에까지, 르네상스 시대부터 19세기까지 쓰여진 수많은 유토피아 문학을 섭렵한 시오랑은 거기에 그려져 있는 악의 부재와 사람 냄새의 부족을, 인간이 모두 로봇으로 되어버리는 환경에 깊은 위화감을 느낀다.
유토피아에서는 비정상적인 사람, 이단자, 모양은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은 항상 고뇌에 시달리고 목까지 악에 잠겨 있다.
악의 어둠이 사라지고 빛만 존재하는 일원성의 세계, 갈등과 다양성이 진정된 세계, 영원한 현재가 지배하는 정체된 세계, 그 유토피아에서 인간은 살 수 없다. 그 획일성과 단조로움에서 인간은 질식한다.
유토피아 기술에서 시오랑이 유일하게 인정하는 예외는 '걸리버 여행기'로 스위프트가 그린, 그 희망이 가득한 나라뿐이다. 시오랑의 주장이 예언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