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07일(월)

남친 생기자 엄마에 15억 소송하고 실종된 딸..."커다란 여행가방 3개 구매자의 정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연기처럼 증발한 딸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2019년 연기처럼 증발해버린 여성 김규리(가명)씨의 실종 사건이 다시 한번 재조명됐다. 


지난 24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고발과 증발 - 마지막 통화 미스터리'라는 제목으로 3년 전 사라진 김씨의 이야기를 전했다. 


김씨는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졸업 후에는 부산의 한 미술관에서 전시 기획일을 하며 평범한 일을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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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남매 중 가장 온순하고 가족을 살뜰히 챙겼다던 김씨. 그러나 그는 2017년부터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말 없이 늦게 귀가하는 때가 많아졌고, 자신을 걱정하는 가족들에게는 짜증을 내며 "간섭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2017년 11월 "성인이 돼서 내가 마음대로 결정할 것이 없다는 게 화가 난다"는 메시지를 남긴 채 신분증과 통장을 챙겨 집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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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어머니는 딸이 걱정돼 그의 계좌로 50만원을 송금했다. 


이때 김씨가 가출 전인 11월 7일 특정금전신탁 5000만원 환매와 은행 거래 계좌 일괄 해지 후 1억원이 넘는 잔고를 모두 인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와 연락이 끊긴 가족은 해운대 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했다. 가족들은 김씨로부터 "서울과 강원도에서 지내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으나 위치 추적 결과 가까운 기장군에 머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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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라던 김규리 씨, 실제론 전남친 집에 있었다 


가족들은 김씨가 집을 떠나기 전 교제하다가 헤어진 홍 모 씨가 기장군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제작진이 홍씨에게 접촉을 시도했으나 홍씨는 "김씨와 연락이 끊어졌다.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부인했다. 


더욱 놀라운 건 김씨가 집을 떠나고 5개월 후인 지난 2018년 "어린 시절 당한 차별과 학대를 보상하라"는 취지로 어머니에게 15억원 손해배상 고소를 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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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김씨와 다시 마주한 건 김씨가 고소장을 제출한 경찰서 앞에서였다. 김씨는 부모에게 당한 자신의 피해를 알리고자 다수 언론사에 제보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김씨가 언론 매체와 인터뷰를 했을 때 정체 모를 남성이 동행했다. 이 남성의 정체는 홍씨였다. 더불어 김씨가 실종되기 직전인 2019년 1월 홍씨에게 210만원을 입금한 정황이 포착됐다. 


또 가출 전 김씨가 인출한 1억원과 가출 후 대출받은 돈 모두 홍씨의 계좌로 들어갔으며, 김씨가 홍씨의 카드로 이민 가방이라 불리는 커다란 여행 가방 3개를 구매한 흔적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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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홍씨는 "가족 관계 때문에 고통을 겪던 김씨에게 호의를 베풀었을 뿐"이라며 "그 일 때문에 김씨 실종 후 경찰의 강압수사까지 받아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씨의 부탁으로 자신의 빌라에 머물게 했을 뿐, 동거한 적이 없다"며 "현금을 맡아주는 대신 신용카드를 빌려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방은 김씨가 구매했고, 마지막 통화에서는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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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마지막 발신 기록 이후 실종


김씨는 지난 2019년 1월 이모에게 "연락처를 바꿀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을 마지막으로 3년 동안 나타나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발견된 김씨의 흔적은 2019년 1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발견된 휴대전화 발신 기록이다. 김씨는 1분 내외의 짧은 통화만 했고, 대부분 연락은 문자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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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측은 "이것이 실제 김씨의 통화 내역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김씨의 1분 이상의 발신 내역은 홍씨와의 통화뿐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 가족들은 경찰청에 수사 재개를 요청했고, 부산지방경찰청은 강력범죄 수사대에 이 사건을 배정해 처음부터 사건을 재검토하고 수사를 재개할 것을 결정했다. 


현재 경찰은 김씨의 사망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