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집단 괴롭힘'에 18년 헌신한 병원 떠나기로 한 의사...환송회 참석 후 극단적 선택

방송에서 재연된 모습 / MBC '실화탐사대'


[인사이트] 최유정 기자 = '실화탐사대'를 통해 폐질환에 대한 세계적인 권위자였던 故 고원중 교수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MBC 시사프로그램 '실화탐사대'에서는 지난 2019년 자택 부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원중 교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다뤄졌다.


이날 방송에서 고원중 교수의 아내 이윤진 씨는 남편이 목숨을 끊은 것은 퇴사를 앞두고 열린 환송회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평소 환자와 연구만 생각했을 만큼 열정이 넘쳤던 고원중 교수는 삼성서울병원 호흡기 내과에서 18년간 일을 한 호흡기 내과 전문의였다.


호흡기 내과 교수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고원중 교수는 지난 2010년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을 때부터 동료들과 갈등을 빚게 됐다.


방송에서 재연된 모습 / MBC '실화탐사대'


'정부에서 내려온 메르스 관련 지침을 따라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를 냈다가, 한 선배에게 "논문 좀 쓴다고 사람 무시하냐"라는 꾸지람을 들은 이후 따돌림을 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동료 교수들은 고원중 교수가 메시지를 보내는 중간에 단체 채팅방을 나가버리거나 험담을 일삼았다. 병원에서 고원중 교수가 감당해야 할 업무량도 늘어갔다.


모든 따돌림 행위를 감당하던 고원중 교수는 자신 때문에 본인 아래에 있던 후배마저 피해를 보자 죄책감에 새로운 병원으로 이직을 결정하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제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갈 것 같았다. 하지만 호흡기내과 주최로 2019년에 환송회가 열리면서 고원중 교수는 또다시 좌절해야 했다.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마무리를 잘 하기 위해 환송회에 참석한 고원중 교수는 약속 장소에 아무도 오지 않은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故 고원중 교수의 실제 모습 / MBC '실화탐사대'


동료 교수들이 약속 시간보다 10분~20분가량 늦게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으나, 환송회의 주인공인 고원중 교수에게는 무관심했고 본인들끼리 수다만 떨기 바빴다.


공로패를 받은 고원중 교수가 감사 인사를 할 때도 환송회 자리에는 침묵만 흘렀다.


18년간 몸을 담았던 조직에서 싸늘한 대우를 받은 고원중 교수는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꼈고, 결국 그는 공로패를 챙기지도 않은 채 집으로 돌아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추후 같은 병원의 다른 과 의사들이 나서서 도와주며 진술서를 제출했지만 병원은 산업재해로 인한 보상금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유족은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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