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민음사가 출간한 인문잡지 '한편'은 콘텐츠에 관한 다양한 질문을 품고 철학에서 미학, 인류학, 사회학, 법학, 문학, 언론학, 과학기술학까지 '콘텐츠'에 관한 열 편의 글을 실었다.
요즘에는 거장의 영화에서 고양이 동영상까지 전부 콘텐츠라 부른다고 영화감독 마틴 스코세이지는 말했다.
시네마의 저무는 영광을 안타까워하는 발언으로부터 철학 연구자 이솔의 '산만한 나날의 염증에 관하여'가 시작한다. 이미지의 범람 속에서 허우적거리거나, 그 속에 뛰어들어 무한 복제의 흐름에 몸을 맡기거나. 후자가 이 글이 보는 콘텐츠 시대의 생존 지침이다.
미술비평가 콘노 유키의 '핫플레이스의 온도'는 사진 찍기 좋은 '핫플'이 막상 뜨겁지는 않은 배경으로 아무렇지 않게 물러나는 기제를 분석한다. 미술작품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떠나가는 인파 속에서 작품도 작품의 배경도 매끈하고 쾌적한 콘텐츠가 되어 버린다.
끊임없이 이미지가 흐르는 시대에도, 생각은 한편의 글에서 시작되고 한편의 글로 매듭지어진다. 2020년 창간한 인문잡지 '한편'은 글 한편 한편을 엮어서 의미를 생산한다.
민음사에서 철학, 문학 교양서를 만드는 젊은 편집자들이 원고를 청탁하고,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젊은 연구자들이 글을 쓴다. 책보다 짧고 논문보다 쉬운 한편을 통해, 지금 이곳의 문제를 풀어 나가는 기쁨을 저자와 독자가 함께 나누기 위해서다.
'한편' 8호 '콘텐츠'에 적용된 글꼴은 블레이즈페이스 한글체이다. 탐스러운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듯한 풍성함과 유기적인 곡선이 특징이다.
인문잡지 '한편'은 연간 3회, 1월·5월·9월 발간되며 '세대', '인플루언서', '환상', '동물', '일', '권위', '중독', '콘텐츠'에 이어 2022년 9월 '외모'를 주제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