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중학생 시절 자기 이름보다 '전교 1등'으로 불린 소현은 '수재 집합소'라는 상산고에 들어가 이제 내 인생도 찬란하게 빛날 것이라고, 의사가 되어 보란 듯이 살겠다고 꿈꿨다.
하지만 결과는 첫 시험부터 전교 꼴찌에 가까운 성적. 3년 동안 약까지 먹어가며 공부했지만, 의대는커녕 수능에서도 처절히 실패했다. 그때 아빠가 내민 카드가 '한국해양대학교'였다.
여기가 뭐 하는 곳인지, 나와서 뭘 할 수 있는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버텨야 했고,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하지만 떠밀리듯 시작한 일이라고 해서 계속 좌절하고 싶지는 않았다. 남이 인정해주는 길, 의사 같은 직업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좋은 삶도 있다"라는 걸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 선택이, 그 결심이 인생을 갈랐다. 지금은 태평양을 오가며 LNG를 실어나르는 배 위에서 3등 선박 기관사로 일하고 있다.
고소공포증이 있음에도 바람에 흔들거리는 탑브릿지에 올라가 기계를 정비해야 하고, 때로는 막힌 변기 파이프를 뜯어내다가 오물을 뒤집어쓰기도 하지만 하루하루의 삶으로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내고 있다.
이 책을 기획하고 집필한 선우도 우등생이었다. 자연스럽게 명문대를 졸업하고, 취직하고, 남들 다 하는 결혼도 했는데 어느새 정신 차려보니 그냥 아줌마가 되어 있었다.
그때 소현을 만났다. 인생이 고꾸라지는 절망의 터널을 지나 바다 위에서 제 길을 찾아가는 소현을 보며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됐다. 이 글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것을. 좌절과 아픔 속에서도 자기를 믿고 자기만의 답을 찾아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인생의 막다른 길에 있는 독자들에게 큰 위로와 희망으로 다가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