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준강 = 한국산 가상자산 '루나(LUNA)'와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가 크게 폭락했다.
특히 루나의 경우 지난달 5일 최고점 119.5달러(한화 약 15만 3천원), 불과 일주일 전인 어린이날(5일) 87달러(약 11만 1,500원)였다.
하지만 지난 3일간 어마어마하게 폭락하면서 최저 0.69달러(약 885원)까지 떨어졌다.
달의 여신이라는 의미를 가진 LUNA가 보여준 '반달 형태'의 차트에 투자자들이 크게 절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루나의 이같은 가격 하락은 그간 큰 상승을 이끌어온 루나-UST간 특이한 거래 알고리즘이 원인이 됐다고 보고 있다. 루나-UST의 발전을 이끌어온 시스템이 결국 붕괴를 불렀다는 것.
UST는 루나를 매입 또는 판매하는 방식으로 1UST-1달러 가치를 고정하는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다. 이를 이른바 '페깅'이라고 한다.
페깅이 깨져 1UST 가격이 1 달러 밑으로 내려가면 루나를 발행해 UST를 사 1달러를 맞추고, 1달러보다 비싸지면 비트코인을 사 가치를 고정시키는 방식으로 1UST-1달러가 유지돼왔다.
하지만 명확히 알 수 없는 이유로 1UST가 1달러 밑으로 크게 떨어지며 페깅이 깨졌다. 0.01%수준이 아닌 하루 만에 0.6달러까지 폭락해버렸다.
이에 루나 발행처(테라폼랩스)는 루나를 급격히 발행해 UST를 구매하며 페깅을 맞추려 했다. 이때 루나의 시세가 급락했다.
루나는 9일부터 급락하기 시작했다. 이날 약 63달러였던 루나는 하루 만에 반토막이 돼 30달러가 됐다.
그리고 10일 또 반토박이 나 15달러가 됐다. 테라폼랩스 권도형(도권) 공동대표는 이날 밤 "사태를 해결할 대비책이 곧 발표될 것이다"라고 트윗글을 올렸지만 루나 투자자들의 매도심리는 약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 루나를 시세의 절반 가격(1년간 판매 금지 조건)에 제공한다는 조건이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매도심리가 더 강해졌다.
국내에 적을 두고 있던 테라폼랩스가 얼마 전 한국 법인을 청산하고 싱가포르로 이전했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지면서 투매 심리가 유발됐다.
UST 페깅은 더 극심하게 깨져 어제(11일) 0.22달러까지 폭락했고, 루나는 최저 0.69달러까지 폭락하며 시장의 신뢰를 완전히 잃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테라폼랩스는 루나를 끊임없이 '무한발행'해 UST를 사들였다. UST는 12일 오전 11시 기준 0.68달러까지 회복했지만 루나는 0.8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루나는 최대 발행량이 10억개로 알려져 있었지만 페깅을 무한발행되며 코인마켓캡 공개 기준 약 16억개까지 늘어났다.
미국 유력 매체 월스트릿저널(WSJ)는 "테라와 루나 모델은 이 가상화폐를 지원하는 사람들의 집단적 의지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비판을 받아왔다"라고 꼬집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가상화폐의 몽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루나로 인해 가상자산시장의 뇌관이 터질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루나가 가진 약점과 유사한 약점을 가진 알트코인들의 투매 현상이 나타난다면 결국 비트코인 그 자체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어서다.
현재 3만달러를 밑도는 비트코인 가격이 2만달러 초반 더 나아가 1만 7천달러까지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스테이블코인 UST가 흔들린 상황에서 코인 시장의 큰 축을 형성하는 USDT(테더)까지 흔들린다면 폭락은 불 보듯 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루나·UST는 테라폼랩스 권도형 공동대표가 개발한 가상자산이다. '도권'이라 불리는 권 대표는 한국 대원외고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포드대학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던 권 대표는 2018년 신현성 티몬 창업자와 함께 테라폼랩스를 설립했다.
루나는 2020년 8월 21일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 처음 상장됐을 때 0.53달러였지만 약 225배 오르며 119.55달러까지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