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원선 기자 = '실화탐사대'에 의사라고 소개하고 결혼한 한 남자의 사기행각이 조명됐다.
최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에는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결혼해 6년 동안 아내를 비롯해 가족까지 속인 남편의 사연이 다뤄졌다.
6년 전 우연히 카페에서 이병식(가명) 씨를 처음 만나게 됐다는 장지선(가명) 씨는 첫 만남부터 이병식 씨가 자신을 외국 유명 의대생이라 소개하며 대시해 왔다고 운을 뗐다.
그렇게 두 사람은 장거리 연애를 시작하게 됐고, 이병식 씨는 장지선 씨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만큼 오랜 유학 생활을 마치고 신촌 세브란스 레지던트에 취업하며 의사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 사이에는 선물 같은 아이까지 찾아오게 됐고 이들은 6년의 연애 끝에 결혼하게 됐다.
하지만 결혼 후 병식 씨는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집을 계속 비웠고 지선 씨는 연락은 물론 만나기도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지선 씨는 한 통의 쪽지로 인해 남편의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바로 남편과 사귀고 있다는 한 여성의 연락 때문이었다. 병식 씨는 자신이 기혼남이자 한 아이의 아빠라는 사실도 숨기고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얼마 후 남편이 일하고 있다는 신촌 세브란스 병원을 찾아간 지선 씨는 그곳에서 더 믿기지 않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금까지 남편이 보여줬던 의사 가운이나 의사 면허증은 전부 거짓임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병원 사람들은 아무도 병식 씨의 이름을 가진 의사를 알지 못했다.
제작진은 병식 씨를 따로 만나 그가 왜 끊임없이 거짓말을 해왔는지 추적했다. 병식 씨는 "(거짓말을 해야지만) 아내와 관계가 지속될 것 같았다"고 설명하며 다른 여성을 만난 이유에 대해서는 "병적이었던 것 같다. 아내와의 관계에서 원하던 걸 그쪽에 투영시켰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병식 씨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은 '백수'였다. 제작진이 경제적인 지원이 어디서 나왔냐고 묻자 병식 씨는 "돈은 미국에 있었을 때부터 갖고 있었다. 제가 번 돈은 아니지만 어쨌든 제가 가지고 있었던 돈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돈의 행방은 그의 어머니를 만나고 어떻게 나왔는지 알게 됐다. 아들이 결혼한 사실도 모르고 여전히 유학 중이라고 굳게 믿고 있던 어머니는 "올해 1월부터 등록금을 4회로 나눠서 보내줬다"며 "애가 돈의 어려움을 모르고 커서 그렇다. 내가 망쳤다"고 자책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이 사람이 의사라는 신분 사기를 친 이유도 본인이 원래 의사가 돼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이상과 현실 사이에 관계가 너무 컸던 탓이다. 그래서 다른 여성이 내가 의사이기 때문에 나에 대해 누군가 욕망을 느낄 때 행복한 것"이라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