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부진한 성적 때문에 화가 치밀어 자신의 야구 방망이를 부순 한화 이글스의 하주석.
팀의 리더임에도 자기 분을 다스리지 못하는 선수를 본 이글스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카리스마로 분위기를 압도해버렸다.
그 카리스마를 본 하주석의 반응도 남달랐다. 그는 분노를 다스리기는 어려워해도 예의가 뭔지는 아는 선수였다.
이 이야기는 지난달 30일 OTT 업체 왓챠의 유튜브 채널 '왓챠'에 올라온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 4화 선공개 | '마지막 경고야'"에 담겨 있었다.
1분 47초짜리 영상은 하주석이 중요한 찬스에서 삼진을 당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득점 주자가 나가 있는 상황에서 하주석은 떨어지는 공에 허무하게 방망이를 돌리고 만다. 의욕이 강했던 하주석은 벤치에 들어간 뒤 분노를 쏟아냈다.
헬멧을 집어던지고서도 화를 삭이지 못한 그는 심지어 방망이를 벽에 휘두른다. 방망이가 박살이 나도록 풀스윙하는 모습이 위태로워 보인다. 자칫 파편이라도 튀면 지나가는 동료가 다칠 수도 있는 상황.
그때 수베로 감독이 들어온다. 그는 하주석을 부른 뒤 강하게 소리친다.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너 배트 부순 게 세 번째야. 우리는 5대0으로 이기고 있어. 지고 있는 게 아냐. 네가 안타를 몇 개 치든 상관없어"
하고 싶은 말이 있을 하주석은 감독의 외침에 그저 조용히 듣기만 한다.
수베로 감독은 "이글스는 지고 있지 않아. 네가 리더라면 저런 짓은 하지 말아야지"라며 "주석, 팀은 이기고 있어. 지고 있는 게 아냐. 네가 10타수 무안타여도 상관없어"라고 말했다.
할 말을 끝낸 수베로 감독은 "마지막 경고야"라는 말로 다음은 '말로만' 끝내지 않을 거라는 사인을 줬다.
그 말에 나온 하주석의 반응은 변명이 아니었다. 그의 입에서는 "Yeah, Sorry"였다. 감독에게 예의를 보이며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다.
수베로 감독은 "잘할 수 있는데 왜 그래"라고 다독였고 하주석은 "그런데 저도 답답해요. 미칠 거 같아요"라며 잘하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리더가 이러면 안 되지"라는 수베로 감독의 말과 함께 영상은 끝난다. 이후의 상황은 이 영상에 나오지 않는다.
팬들은 이 장면이 하주석에게 큰 사건이 됐을 거라고 보고 있다. 감독이 분노를 터뜨리는 이유가 하주석이 못해서가 아닌 팀 승리를 위한 정신력 강조를 위해서였기 때문.
"성적이 안 좋으면 연습을 해라", "못하니까 2군을 가라" 등의 자극이 아니었다는 점과 "잘할 수 있는데"라고 직접 말하며 다독여준 점이 인상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편 한화 이글스는 현재 9경기까지 치러진 시점에서 올시즌 2승 7패로 10위에 머물러 있다.
하주석도 9경기에 출전해 32타수 6안타 0.188로 부진하다.
하지만 한화는 개막 6연패로 좋지 않은 스타트를 했다가 그 부진을 끊고 2승 1패로 순항하고 있다. 지난 시즌 우승팀 KT를 상대로 위닝 시리즈를 가져갔다.
팬들은 수베로 감독의 팀야구가 올시즌부터 본격적으로 발휘된다면 지난 시즌(꼴찌)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