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53세 중년 여성의 피부가 23세 여성의 피부로 되돌아가는 데 성공했다.
고가의 화장품이나 피부 시술도,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것도 아니다. 과학자들이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생체 시곗바늘을 30년 전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 8일(현지 시간) 영국 바브라함 연구소 볼프 레익 소장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이라이프(eLife)'에 "역분화 방법으로 53세 여성의 피부세포를 23세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앞으로 같은 방법으로 당뇨병이나 심장병, 퇴행성 뇌질환 등 노화 관련 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역분화는 세포의 생체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방법이다. 본래 복제 줄기세포 연구가 활발했으나 난자 사용과 배아 파괴 등 윤리적인 문제를 수반하면서 역분화 줄기세포 수립 기술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2007년 쥐의 피부 세포에 네 가지 유전자 조절 단백질을 주입해 배아줄기세포 상태로 되돌리는데 성공했다.
배아줄기세포는 인체의 모든 세포로 자라나는 원시세포이다. 그는 그 공로로 2012년 노벨상을 받았다. 이후 역분화에 쓰인 네 가지 유전자 조절 단백질을 '야마나카 인자'로 부른다.
레익 소장 연구진은 여기에 보태 세포 역분화 시간을 조절해 늙은 세포를 배아줄기세포가 아닌 젊은 세포로 되돌려 놓는데 성공했다.
보통 역분화 과정에서 '야마니카 인자' 처리에는 50일이 소외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13일로 단축시켰다. 그러자 중년 여성의 주름진 피부 세포가 23세 여성의 피부로 바뀌는 기적이 발생했다.
논문 제1저자인 바브라함 연구소의 딜지트 길 박사는 "실험실에 와서 세포가 30년은 더 젊어진 것을 보고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생물학적 평균수명 연장보다 건강수명 연장을 비롯 나이가 들어도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앞으로 피부세포에 적용한 방법이 근육이나 간, 혈액세포에서도 회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알아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