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박찬희 기자 =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했다. 젊은 앙숙 관계인 파이터를 상대로 추성훈은 경기와 매너에서 모두 승리했다.
지난 26일 싱가포르 칼랑의 싱가포르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원챔피언십 ONE X 대회 종합격투기 라이트급(77kg급) 경기에서 추성훈은 아오키 신야를 상대로 2라운드 3분 8초를 남기고 TKO승을 거뒀다.
두 파이터의 경기는 시작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추성훈의 상대 아오키 신야는 2008년부터 추성훈에게 "한판 붙자"며 끈질기게 도발했기 때문이다.
둘의 대결은 체급이 달라 이루어질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아오키는 이른바 '트래쉬 토크'로 꾸준히 추성훈을 자극했다.
결국 웰터급(84㎏급) 추성훈이 체급을 라이트급으로 한 단계 내리면서 맞대결이 성사됐다. 추성훈은 이전 경기보다 몸무게 7㎏을 더 빼는 불리함을 감수하면서까지 대결에 응했다.
경기가 시작됐고 아오키는 1라운드부터 추성훈의 등에 달라붙어 얄밉게 초크와 펀치 공격을 했다. 5분 내내 지속되는 집요한 공격에 추성훈은 마땅한 카운터를 찾지 못했다.
추성훈은 1라운드가 끝나자, 고개를 가로저으며 힘겨워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오키의 전략이 완벽히 들어맞는 듯했다. 추성훈이 완패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라운드가 시작되자 베테랑 추성훈은 달라졌다. 아오키가 추성훈의 다리를 잡고 테이크다운을 시도하자 가드가 사라진 안면은 무방비 상태가 됐고, 추성훈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아오키의 안면에 펀치 10연타를 적중시켰다.
펀치를 맞은 아오키는 비틀거리다 케이지에 기댄 채 주저앉았다. 그러자 추성훈은 쓰러진 아오키를 향해 니킥을 한 차례 시도한 뒤 약 70초 동안 아오키의 안면에 55연타 무차별 파운딩 펀치를 퍼부었다.
비처럼 쏟아지는 펀치에 아오키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맞기만 해야 했다. 마치 사자에게 물려 최후 만을 기다리는 한마리의 사슴 같았다. 결국 심판은 경기를 중단시켰고 추성훈은 TKO 승리를 거뒀다.
이때 추성훈의 마지막 피니시 펀치가 주목받고 있다. 레프리 스탑이 나오기 직전까지 추성훈이 날린 펀치 대부분 허공을 갈랐기 때문이다
추성훈의 행동은 마치 이미 한계가 온 아오키를 보고도 KO 선언을 주저하는 심판을 향한 무언의 퍼포먼스처럼 보였다.
해당 장면을 본 누리꾼들은 "전의를 잃은 파이터를 공격하는 건 스포츠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듯", "실컷 패주고 싶었을 텐데 저걸 참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