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07일(월)

"18살 딸이 성폭행범 '출소하는 꼴 볼 수 없다'며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지난달 16일 오열하는 숨진 성폭행 피해 여고생의 어머니 / 뉴스1


[인사이트] 전유진 기자 = 강원도의 한 작은 마을에서 고등학교 선배에게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가해자의 재판 도중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엄마, 그놈 감옥서 나온대' 성폭행 피해 여고생 극단선택 엄벌 촉구"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청원인이자 숨진 여고생 A양의 어머니는 "지난해 4월 4일 딸은 18세 꽃다운 나이에 '엄마, 가해자는 곧 감옥에서 형을 살고 나온대. 나는 절대 그걸 눈 뜨고 볼 수 없어'라는 말을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어머니는 세상의 모든 것을 잃었고, 평범한 일상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다며 "삶의 꿈과 미래, 행복은 산산이 조각나서 다시 되돌릴 수 없는데 가해자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은커녕 끝까지 혐의를 부인하고 재상고를 했다"고 분노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어머니는 징역 4년 첫 판결에 딸아이는 큰 충격을 받고 헤어 나오지 못했다며 "세상에 법이 이런 줄 몰랐다. 형량이 겨우 4년이고 곧 감옥에서 나온다는데 나는 절대 그걸 눈 뜨고 볼 수 없다", "내 몸은 더럽혀졌다. 내 인생은 다 망쳤다. 되돌릴 수 없다"며 고통스러워하고 울분을 토했다고 전했다.


이어 믿고 의지했던 가해자는 동의 없이 성폭행하고,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지 않은 것도 모자라 거짓말과 협박을 했다며 가스라이팅으로 죄책감과 수치심, 자괴감을 느끼게 했고 가해자 가족들의 2차 가해가 딸아이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감옥에 있는 것도 호의호식이라고 생각한다. 징역 7년이란 낮은 형량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가중처벌받아야 한다"며 "말도 안 되는 판결이 과거에도 현재도 하루에도 수많은 성폭행 피해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더는 우리의 소중한 생명을 잃지 않도록 법 개정 강화를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법 개정과 정책으로 성범죄자에게 양형기준강화 가중처벌 높은 형량으로 제2, 제3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으로 간곡하게 청원한다고 청원 이유를 밝혔다.


지난달 16일 춘천지검·춘천지법 앞에서 고교생 성폭행 사건 가해자 감형 판결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한 강원여성연대 등 시민단체 / 뉴스1


앞서 지난 2019년 6월 당시 고교 1학년이던 A양은 교제 중이던 학교 3학년 선배 B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B씨는 항거불능 상태에 놓인 A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강간치상죄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 중 정신적 고통을 이겨내지 못한 A양은 2심 선고를 앞둔 지난해 4월 18세로 극단적 선택을 했고, 2심 재판부는 A양의 사망이 성폭행과 인과 관계가 있다고 판단해 B씨의 형량을 9년으로 높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에게 방어권을 주지 않고 판결을 선고한 것은 위법하다며 파기환송했고, 지난달 9일 진행된 재판에서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는 원심을 깨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