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30일(수)

경기 전 '꼰대'라 욕먹었는데, 메달 따자마자 맞는 말이라 인정받은 '빙속 황제' 이승훈의 인터뷰

왼쪽부터 정재원, 이승훈 선수 / 뉴스1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이승훈 인터뷰에 대한 반응이 동메달을 딴 전후로 확 바뀌어 눈길을 끈다.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정재원(21·의정부시청)과 이승훈(34·IHQ)이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19일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는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전이 열렸다.


이날 이승훈은 정재원에 0.02초 뒤진 7분 47초 20으로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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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이승훈은 "너무 좋다. 잘한 것 같다"라며 "레이스 상황이 약간 좋았고, 좋은 상황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기대를 안 했기 때문에 조금 차분하게 레이스 운영을 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너무 영광스럽고, 올림픽에선 동메달이 처음이다. 컬렉션이 만들어진 것 같아 기쁘고 좋다"라며 "운동을 그만두지는 않고 1년, 1년씩은 계속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후배들하고도 제가 가르치는 것보다는 같이 타주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래서 열심히 1년 또 1년 훈련하면서 지낼 건데, 4년 뒤에 제가 (올림픽) 나올 수 있으면 나오는데, 후배들이 그 정도면 안 된다. 후배들이 저 이기고 제가 못 나올 정도로 돼야 한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 같은 발언에 누리꾼들은 "착한 꼰대 인정", "후배 생각해 주는 말", "인터뷰 잘했다", "이게 맞지. 이승훈을 못 이기는데 어떻게 국대가 되냐", "맞는 말 대잔치" 등의 호평을 이어갔다. 일부에서는 "억울하게 욕먹었는데 실력으로 잠재우는 게 멋있다", "진종오도 비슷한 말 했는데 맞는 말이다"라며 지난 번 논란이 있었던 발언을 옹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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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지난달 비슷한 인터뷰를 했던 이승훈은 당시 비판을 받아야 했기에 이 같은 변화는 눈길을 끈다.


앞서 지난 14일 이승훈은 전날 베이징 동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 준준결승 경기에 대해 인터뷰했다.


그는 지난 2018년 평창 올림픽 당시 은메달을 땄던 멤버 그대로(이승훈, 김민석, 정재원) 최종 순위 6위를 기록해 준결선에 진출하지 못한 것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이승훈은 인터뷰에서 "만족스럽지 않지만 이게 우리 수준"이라며 "개인 기량이 문제다. 김민석은 좋아졌다. 1500m에서 동메달을 땄다. 하지만 나나 정재원은 5000m에서 내세울 수 없는 정도가 됐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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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추월에서 성적이 나려면 개인 기록이 좋아져야 된다며 "평창 때는 우리 개인 기록도 상위권이었다. 그게 은메달로 이어졌지만 지금은 아니다. 우리의 문제점들이 이번에 여실히 드러났다"라고 인터뷰했다.


당시 해당 인터뷰를 본 일부 누리꾼들은 후배인 정재원의 성적까지 공개적으로 비판했다며 이승훈 선수의 발언을 '꼰대'식 표현이라 비난한 바 있다.


한편 이승훈은 장거리 선수들보다 평균 두 배 이상인 30000m의 빙판을 가로지르며 연습에 매진했다. 평창 올림픽 당시에는 신혼여행을 미룰 만큼 혹독한 훈련을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베이징 올림픽 장거리 종목(5,000m, 10,000m) 출전권을 한 장도 따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이제 한국 선수는 (장거리를) 아예 비비지 못하는 종목이 돼 버렸잖아요. 너무 아쉽죠"라며 "다음 올림픽을 제가 한다면, 만약에 한다면, 메달은 진짜로 그다음 얘기고, 5,000m, 10,000m에 대해서 출전권은 꼭 따야죠"라며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한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