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유진 기자 =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왕따 주행' 논란과 관련, 노선영(33·은퇴)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가 김보름(29·강원도청)에게 3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부장판사 황순현)는 김보름이 노선영을 상대로 2억원을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결론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 이유에 대해 노선영이 지난 2017년 11월~12월 후배 김보름에게 랩타임을 빨리 탄다고 폭언‧욕설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노선영이 김보름에게 "눈치껏 천천히 타면 되잖아 미친X아" 라는 등의 내용으로 스케이팅 속도에 대한 욕설을 했던 사실이 두 사람과 함께 훈련한 선수들과 코치진의 사실확인서를 통해 입증됐다.

노선영은 김보름에게 '스케이트를 제대로 타지 않는다', '스케이트를 빨리 탄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욕설을 했다.

앞서 김보름 동료들은 노선영의 욕설을 목격했단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한 선수는 "2017년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도중 식사시간에 노선영이 인사를 하지 않았단 이유로 김보름을 불러 욕을 했다"고 증언했다.

재판부가 인정한 노선영의 욕설은 3차례다. 그가 지난 2017년 11월 7일과 28일 그리고 12월 20일에 욕설을 한 점은 김보름이 증거로 제출한 훈련일지를 통해 입증됐다.

이에 노선영은 김보름의 훈련일지가 일방적인 기록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 해당 기간에 국가대표인 김보름의 위치 때문에 자신이 욕설을 할 입장이 아니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노선영은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 전후 당시 팀추월 국가대표팀 내에 불화가 있다면서 '왕따 주행'을 주장했다. 비난을 받던 김보름은 오히려 노선영이 자신에게 폭언을 했다고 맞서며 갈등이 악화됐다.

재판부는 욕설에 관해선 김보름의 손을 들어줬지만, 노선영의 언론 인터뷰로 인한 명예훼손은 인정하지 않았다. 노선영의 주장 중 팀추월 연습을 함께하지 않았단 부분은 허위였으나 결승 전날 상의 없이 주행 순번이 바뀐 사실과 훈련을 따로 했단 점 등 일부는 사실이었다.

가장 큰 논란이었던 '왕따 주행'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보름과 박지우(24·강원도청)의 주행은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한 정상적 범위였다고 판단했다. 이어 코치진의 지도력 부재로 노선영과 간격이 벌어졌을 때의 대처를 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보름은 지난 19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전에 참가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매스스타트 은메달리스트인 김보름은 이날 경기에선 중국 선수 등에 진로가 막혀 주춤하다 아쉽게 5위에 그쳤다.

결승전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보름은 "4년이 정말 힘들었다. 오늘 4년 동안의 아픔과 상처가 조금은 아물었던 시간이 된 것 같다"며 "지금은 (평창에서) 메달을 땄을 때보다 더 행복한 것 같다. 메달을 못 따서 아쉽지만, 경기 전에 많은 분들이 메시지를 줬다. 하나하나 큰 힘이 됐다"며 응원에 고마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