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07일(월)

임용 한 달 만에 극단적 선택한 20대 공무원이 가족에게 남긴 메시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박상우 기자 = "합격했다고 좋아했는데 미안해... 업무 때문에 너무 힘들다"


전북 전주에서 임용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20대 새내기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극단 선택을 한 공무원 휴대전화에는 가족들에게 적은 메모 형식의 유서가 남아 있었다. 


16일 경찰과 유족에 따르면 A(27)씨는 전날 오전 7시 30분께 전주시 덕진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출근 시간이 다 됐는데도 일어나지 않는 A씨를 깨우려고 방에 들어간 어머니가 이를 목격했고, 경찰에 신고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숨진 A씨 휴대전화에는 가족들에게 쓴 유서가 담겨 있었다. 유서는 "엄마, 아빠, 동생아 미안해 나 진짜 못 버티겠어"라는 문장으로 시작됐다. 


그는 "온종일 업무 생각 때문에 미칠 것 같다. 직장 그만두는 것보다 그냥 혼자 이렇게 하는 게 마음이 더 편할 것 같다"고 적었다.


끝으로 "귀에서 이명이 들리고 속도 쓰리고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 공무원 됐다고 좋아했는데 미안해. 나도 이렇게 힘들 줄 몰랐네"라고 글을 맺었다. 


지난달 12일 시청에 출근한 A씨는 정식 임용 전 시보 공무원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시보는 공무원 임용후보자가 정식 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전 적격성 판정을 위해 거치는 시험 기간 중의 공무원 신분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의 죽음과 관련해 유족은 "시청(A씨 근무지)이 우리 애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유족은 "이제 막 발령받아 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애가 밤 11시, 12시까지 야근하고 주말에 쉬지도 못했다"면서 "(임용 날 이후로) 죽는 날까지 하루도 못 쉬고 일을 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생전 A씨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업무 고충을 털어놨다고 한다. 유족은 "동생과 친구들에게 자주 힘들다고 말했고, '이대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 다음 날 일어나기도 싫다'고 한탄도 했다"며 "이는 과중한 업무로 인한 죽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전주시 관계자는 사건 발생 직후 담당 부서장과 팀장을 불러 조사했다면서 "(A씨가) 평소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유서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답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