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신간] '육퇴한 밤, 혼자 보는 영화'

사진 제공 = 송송책방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저자 천준아 작가는 20여 년간 TV와 라디오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다. 특히 '출발! 비디오 여행', '영화가 좋다', '접속! 무비 월드' 등 공중파 3사의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섭렵한 영화 전문 작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조금 늦은 나이인 37세에 결혼과 출산을 하고, 늦깎이 엄마로, 워킹맘으로 아이를 키우며 작가가 순간순간 마주쳤던 불안을 달래준 영화 속 명대사들을 주제로 쓴 25편의 에세이를 묶었다.


'터미네이터'의 사라 코너에게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미래에서 온 아이'를 키우는 건 폭풍을 뚫고 나아가는 용기가 필요한 일임을 배우고, '태풍이 지나간 후'의 주인공인 루저 아빠(아베 히로시)가 아들의 신통치 않은 야구 경기를 보며 한 대사 "싱고는 포볼을 고른 건데"에서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주는 배려를 발견한다.


고된 육아 중에 환영으로 결혼 전의 자신을 만나는 이야기 '툴리'의 "삶도 결혼도 심심하지만 그게 멋진 거예요."란 대사에서는 육아와 자아의 타협점을 발견하기도 한다.


육아의 불안이 필연적으로 불러오는 비교와 경쟁심을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의 "애초에 경쟁을 왜 해요? 잘하고 계세요"라는 대사를 통해 다독여주기도 하고, 참전 트라우마로 산속에서 딸아이와 숨어사는 아빠의 이야기 '흔적 없는 삶'에서는 아이의 삶에는 가족 말고도 좋은 '남'이 필요하고, 그러므로 나 역시 타인에게 좋은 남이 되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어낸다.


'극한직업' 육아를 마치고 퇴근한 밤, 어두운 거실에서 혼자 보는 영화 한 편으로 시름을 잊는 여느 엄마들처럼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을까? 고민했다는 작가. 엄마로서, 작가로서, 그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과 불안이 엄습할 때마다 힘이 되어준 영화의 말들을 고르고 골라 이 책에 담았다.


무엇보다 작가의 경험과 일상이 영화와 어우러져, 자신의 경험에서 보편적 문제의식과 공감을 끌어내는 글 솜씨가 재미와 의미를 넘어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