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주 4일제가 눈앞에.." 올해부터 '주 4.5일제' 실시한 국내 대기업의 정체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미생'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직장인 김선규(32)씨는 아침마다 서울 지옥철을 타고 사무실로 출근한다.


언제나(?) 괴로운 출근길이지만 금요일 아침 출근길만큼은 예외다. 토요일·일요일이 눈앞에 왔기 때문이 아니다.


그가 다니는 기업 CJ ENM이 올해(2022년)부터 새롭게 시행한 꿀복지 정책 때문이다.


김씨는 금요일인 오늘(21일), 출근 후 3시간 50분 뒤인 오후 1시 50분과 2시에 각각 뜰 메시지를 머릿속에 떠올리고는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10분 후면 WORK를 마치고, LIFE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CJ ENM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미생'


김씨는 지난 두 번의 금요일 이 메시지를 본 뒤 곧바로 외투를 챙기고 사무실을 나왔다. 해가 빠르게 지는 겨울임에도 광합성을 하며 퇴근할 수 있었다.


이는 CJ ENM이 지난 1일부터 시행한 '비아이플러스(B.I+)' 제도 덕분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주4.5일 근무제다.


매주 금요일 업무 시작(오전 10시 기준) 4시간이 지나면 일괄적으로 업무용 PC가 꺼진다. PC가 꺼지면 직원은 퇴근하면 된다.


오후 6시 퇴근인데 2시에 퇴근한다는 건 결과적으로 0.5일을 쉬는 셈이 된다. 비록 출근은 해야 하지만 사실상 주4.5일제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유미의 세포들'


무엇보다 0.5일을 업무외 자기계발 시간으로 쓰지만 임금에는 변동이 없다. 


아쉽게도 여자친구가 없는 관계로 여행은 가지 않지만 김씨는 회사 동료들이 재밌다고 입을 모은 티빙(TVING) 예능 '환승연애'를 볼 계획이다. 한번 놓쳐서 중간에 끊긴 '스걸파'도 볼 계획이라고 한다.


김씨는 "딱 3주째지만 체감상 분위기는 확실히 좋아졌다"라며 "예전에는 목요일쯤 돼야 직원들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면 요즘에는 수요일만 돼도 생기가 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부남·유부녀 직원들은 '이상하게 월요병이 없어진 거 같다'는 말도 했다"며 "월요일 아침 회의 분위기도 좋았던 거 같다"며 웃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나의 아저씨'


이렇듯 CJ의 근무제 혁신은 직원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직원들이 환호하는 변화는 주4.5일 뿐만이 아니다.


근속연수에 따라 부여하는 '창의휴가'가 확대됐다는 점도 직원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다. 


기존에는 회사 입사 후 5년 단위로 최대 4주(기본 2주+개인 연차 2주) 휴가를 줬다. 하지만 이제 이 주기를 짧게 줄여 직원들이 보다 더 휴식을 통해 스마트한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5년 단위였던 게 이제는 입사 후 3년 / 5년 / 7년 / 10년으로 바뀌었다. 과거에는 10년 동안 총 두번의 장기 휴가를 부여받았다면, 이제 2~3년에 한번씩 한달 휴가가 나오는 셈이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거점 오피스 제도에 대한 호응도 좋다. 특히 집을 나와서 혼자 지내는 1인 가구 직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CJ Work ON'이라고 하는 거점 오피스는 수도권 CJ 주요 계열사 사옥이 있는 서울 용산구(CJ올리브네트웍스, CJ CGV) 서울 중구(CJ제일제당센터) 경기 일산(CJ LiveCity)에 160여석 규모로 우선 시행을 하고 있다.


정규 오피스와 동떨어진 공간에 별도로 마련되어 업무의 독립성이 보장되며, CJ그룹 임직원이면 누구나 간단한 사전 예약 절차를 거쳐 이용할 수 있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CJ올리브네트웍스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용산에 원룸을 얻어 생활하는데 주말이면 본가가 있는 경기 일산으로 간다"라며 "본가에서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에 일산에 있는 CJ LiveCity 거점 오피스로 출근하니까 한결 편해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퇴근을 할 때 여유롭게 용산 원룸으로 하니 근무 효율성이 좋아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