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07일(월)

"가정집 거실, 모텔 복도, PC방..." 러시아 사이트에서 한국 2600곳 실시간 생중계되고 있다

A홈페이지를 통해 중계되고 있는 한 가정 / A사이트 캡처


[인사이트] 전유진 기자 = 최근 보안이나 안전을 위해 가정에서 홈 CCTV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가볍고 설치가 쉬운 IP카메라가 각광받고 있다.


IP카메라는 통신망을 통해 실시간 송출되는 영상장치를 말한다. 가격이 비싸고 설치가 어려운 CCTV와 달리 IP카메라는 와이파이만 갖춰진 환경이라면 간단히 설치해서 쓸 수 있다.


그런데 해외에서 운영 중인 한 사이트에서 전세계 개인·기관이 설치한 IP카메라 1만7000여개를 중계하고 있단 사실이 파악됐다.


14일 현재 러시아에 서버를 둔 것으로 알려진 A사이트는 소개란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큰 온라인 감시 카메라 디렉터리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전 세계에 설치돼있는 거리·사무실·해변 등의 웹캠을 보여준다"고 밝히고 있다.


A홈페이지를 통해 중계되고 있는 한 가정 / A사이트 캡처


해당 사이트를 살펴보면 카메라 제조사, 국가, 장소, 도시, 시간대 등 카테고리를 구체적으로 나눠 이용자가 원하는 영상을 선택해 볼 수 있도록 되어있다.


나라별 카테고리 중 한국에 설치된 IP카메라로 중계 중인 영상은 2600여건이다. 3500여건이 설치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이어 일본이 1500여건, 타이완이 1000여건 순이었다.


실제로 한국 곳곳에서 중계 중인 영상을 살펴보니 길거리, 사무실, PC방부터 어느 가정집 거실, 모텔 복도 등 사적인 공간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심지어는 성인업소로 보이는 한 마사지 업소를 비추고 있는 영상도 있다. 방범용 카메라인 만큼 각 장소에 위치하고 있는 실제 인물들의 모습까지 선명하게 나타난다.


심지어 영상 하단에는 해당 IP카메라가 설치된 도시부터 위도·경도까지 나타났다. 사이트에서는 이를 인터넷서비스(ISP) 사업자의 주소라고도 설명했다.


방범을 위해 설치한 IP카메라를 통해 오히려 사생활이 무방비하게 노출된 셈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사실 폐쇄회로(CC)TV와 달리 인터넷을 통해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한 IP카메라는 인터넷만 연결되면 물리적 거리에 제약을 받지 않고 확인이 가능해 보안에 취약하다.


특히 초기에 출시된 IP카메라의 경우 접속 비밀번호를 별도로 설정하지 않고도 간단한 접속 규칙만 알면 관리 툴에 접속할 수 있었는데, 해당 사이트에선 이 같은 취약점을 파고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IP카메라 해킹이 어렵지 않다는 점을 들어 비밀번호 관리에 각별히 주의하고 펌웨어 업데이트를 생활화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