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07일(월)

남북합의로 병력 철수한 GP 통과해 DMZ 활보하며 북한 넘어간 월북자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인사이트] 박상우 기자 = 강원도 동부전선에서 새해 첫날(1일)부터 월북자가 발생했다. 월북자는 우리 군의 최전방 경계태세를 속수무책으로 무너뜨렸다.


이런 가운데 이번 월북자가 지나간 이 감시초소(GP)는 남북 간 합의에 따라 병력이 철수하고 외형만 보존된 '보존GP'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월북자는 전날 오후 6시 40분께 강원 고성군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에 있는 육군 22사단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었다.


당시 철책에 장착된 광망(철조망 감지기)에서 경보음이 울렸고 초동 조치 부대가 현장에 출동해 거동 의심자가 있는지와 철책 이상 여부를 확인했다.


경기도 파주시 접경 지역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 / 뉴스1


점검을 마친 이들은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판단했다. 폐쇄회로(CC)TV에는 월북자가 철책을 넘는 장면이 녹화됐지만, 영상 감시병은 당시 이 장면을 놓쳤다.


이후 우리 군은 9시 20분께 비무장지대 내부에 있는 GP 인근에서 월북자를 처음 포착했다. GP 보급로 인근에 설치된 열상감시장비(TOD)에 월북자의 모습이 감지된 것.


이에 해당 부대는 월북자 신병 확보를 위해 작전 병력을 투입해 비무장지대를 수색했다. 하지만 오후 10시 40분께 해당 월북자가 군사분계선을 넘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번 월북 사건은 의문점이 많다. 월북자가 철책을 넘은 순간부터 월북이 최종 확인된 순간까지 약 4시간 동안 최소 2차례 제지할 기회가 있었지만 우리 군은 모두 놓쳤다.


특히 월북자가 GOP 철책을 넘을 당시 경보음이 울렸을 때와 GP 보급로 인근에서 TOD에 의해 월북자가 포착됐을 때 신병확보가 가능했다.


이같은 군의 실수를 두고 많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월북자를 보급로 인근에서 체포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최근 남북 간 합의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월북자가 지나간 GP는 남북 간 합의에 따라 병력이 철수한 곳이다. GP 철수는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과 이에 따른 9·19 남북 군사합의를 통해 이뤄졌다.


이에 따라 남·북은 2018년 11월 시범 철수 대상 각각 11개 중 10개를 완전히 파괴했다. 그리고 나머지 1개씩은 병력과 장비는 철수하되 원형만 보존했다.


이번에 사건이 발생한GP 역시 당시 보존된 '보존 GP'다. 보존 GP는 사람은 상주하지 않고 경계감시장비만 있는 초소다. 만약 이전처럼 병력이 주둔하고 있었다면 즉각 대응이 가능해 월북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국방부는 지난 1일 '철책 월북' 사건의 월북자가 지난 2020년 11월 같은 부대 철책을 넘어 귀순한 체조 경력 탈북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