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신간] '유리언덕'

사진 제공 = 예서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첫눈에 반한 두 청춘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서다요와 한태주의 이야기가 영화처럼 전개된다.


다요는 효도에 묶여 (부친의 부도회사를 회생시키기 위한) 정략결혼의 제물이 되고, 한태주는 사랑에 묶여 그녀(다요)의 효심을 존중해 다른 여자와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절망한 다요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고, 그것을 목격한 한태주의 친구는 자신을 강간한 계부와 화해하는 조건으로 협력업체 선정 허락을 받아낸다.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은 결혼에 성공한다. 욕망과 도덕이 타협한 결과물이다.


욕망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나 인간이 욕망만 추구한다면 동물에서 한발자국도 전진하지 못할 것이다. 인간이 동물이면서도 인간일 수 있는 이유는 도덕으로 욕망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욕망과 도덕의 전쟁은 개인의 내면에 살고 있는 동물과 인간의 대결이며 그것의 현실투영이 인생이다. 소설은 도덕의 중력에도 도피 대신 연대를 통해 욕망을 이루어나가는 인물의 몸부림을 핍진하고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수직적 선·악 갈등구도를 플롯의 수술대에 눕혀 권선징악의 구식 척추를 제거하고 수평적 갈등구도를 생성시키는 '유리언덕'의 긴장감과 흡인력 있게 펼쳐지는 서사에 빠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