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신간] '영화미술, 움직이는 회화'

사진 제공 = 커뮤니케이션북스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유명 화가의 작품이 영화에 어떤 방식으로 스며드는지, 미술과 영화는 어떻게 교류하며 영감을 주고받는지, 영화를 관람하면서는 알 수 없었던 미술과 영화의 비밀스런 만남이 100여장의 컬러풀한 그림과 영화장면을 통해 드러난다. 


'영화미술, 움직이는 회화'는 평면성이라는 매체 환경과 이미지 표현이라는 내적 구조의 유사성을 가진 영화와 미술을 영화미술로 융합해 미학적 세계를 들여다본다.


넷플릭스를 통해 최근 전 세계 OTT 시장을 휩쓴 '오징어게임'의 세트장은 에셔의 석판화 '상대성'을 모티프로 했다. 


이탈리아 호러영화 3대 거장으로 불리는 다리오 아르젠토(Dario Argento)의 지난 1977년작 '서스페리아'에서도 영화 속 괴상한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발레 학교 기숙사의 벽지와 바닥은 온통 에셔의 판화를 차용하고 있다.


앨프레드 히치콕의 '이창'은 휠체어를 탄 사진작가가 맞은편 아파트를 주의 깊게 훔쳐보는 내용이다. 영화의 여러 장면은 리얼리즘 화가인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밤의 창가'를 떠올리게 한다. 


지난 2013년 개봉된 구스타브 도이치의 '셜리에 관한 모든 것'에는 호퍼의 '뉴욕의 방' 등 회화 13점을 영화 속 공간으로 치환하여 연대기로 재연하면서 실험적 이미지를 구현한다. 


지난 1982년 개봉된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감독 리들리 스코트도 도시의 밤거리 장면에서 호퍼의 '밤샘하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차용했다. 호퍼의 작품은 아름다운 슬픔과 욕망 그리고 연극성 등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현대의 많은 영화 미술가들에 의해 영화 속으로 들어갔다.


미술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영화 속에서 미술작품이 소품이나 장식 역할을 하며, 내러티브의 극적 고조를 위해 사용되거나 주제나 캐릭터를 상징하는 모티브로 등장한다. 둘째는 영화 미장센의 극적인 내러티브 구현을 위해 회화 작품을 3차원 공간으로 재구축하여 사용하거나 실제 유명 건축의 조형 이미지를 차용하여 영화 공간을 구축한다. 마지막으로 영화 전반의 개성적인 화면 구성을 위해 회화 작품의 이미지 표현 방식을 영화 속에 그대로 녹여내기도 한다.


영화는 미술을 차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미술의 영역을 확장한다. 미술은 영화 속에서 단순 복제되기도 하지만 3차원의 공간으로 변화되기도 하며 4차원의 예술로 승화되기도 한다. 


영화와 미술은 평면성이라는 매체 환경과 이미지 표현이라는 내적 구조의 유사성이 있다. 이로 인해 서로 다양한 영감을 주고받는다. 영화미술에 대한 미학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