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박상우 기자 = 2021년 최고 기대작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Spider-Man: No Way Home)'이 호평 속에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화려한 액션신부터 깊은 스토리까지 보는 이들을 압도한 영화였다. 특히 앤딩 장면에 나온 피터 파커(톰 홀랜드)와 그의 연인 MJ(잰 데이아)의 재회 장면은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런 가운데 해당 작품의 한국어 번역을 맡은 황석희 번역가의 앤딩 해석이 공개돼 누리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23일 황 번역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스파이더맨 앤딩 장면에 대한 해석을 담은 글을 작성했다.
황 번역가는 마지막 카페 장면에서 MJ가 차고 있던 목걸이를 주목했다. 이 목거리는 전작인 '파 프롬 홈'에서 피터가 선물한 블랙 달리아 꽃 목걸이다.
그는 "(이 목걸이는) 전편에서 꽃잎이 부서졌는데도 차고 다닌 모양이다"라며 "'그대와 나의 영원한 유대'라는 달리아의 로맨틱한 꽃말과 달리 블랙 달리아의 꽃말은 '배신, 슬픔'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한국어로 배신의 정의는 '믿음이나 의리를 저버리는 것'이다. 영어에서는 의미의 범위가 다소 넓다. '도움을 주지 않거나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함으로써 당신을 믿는 이(친구나 가족 같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라는 의미도 있다"라고 밝혔다.
예시로 전쟁터에 나간 연인이 '꼭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전사해 돌아오지 못할 때에도 배신한 게 된다. 약속을 배신하지 않으려면 죽지 않고 돌아와야하는 것이라는 게 황 번역가의 설명이다.
황 번역가는 피터가 MJ에게 돌아오겠다고 했지만 눈썹 옆에 생긴 상처를 보고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장면을 주목했다. 결국 피터는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또 그는 피터의 삶이 동화 속 피터팬의 모습과 닮아있다고도 했다. 그는 "MJ가 일하는 카페 이름은 'Peter Pan(Donut & Pastry Shop)'. 존 왓츠 감독이 의도한 것인지 꿈보다 해몽인지 모르겠지만 피터의 상황과 잘 어울리는 가게 이름이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닥터 스트레인지는 피터에게 충고하듯 말한다. 문제는 네가 두 개의 삶을 살려 하는 데에서 온다고. 스파이더맨으로서의 삶과 피터 파커로서의 삶. 한쪽은 네버랜드의 피터팬처럼 판타지 같은 삶이고 한쪽은 현실의 삶이다"라면서 "여기서도 피터는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차마 현실에 남지 못하고 네버랜드를 택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나마 현실과의 끈이던 MJ와 네드는 이제 피터에 관한 기억을 잃은 채 대학에 가고 곧 어른이 된다"며 "네버랜드에서 피터팬과 하늘을 날며 신나게 모험을 하던 웬디와 아이들도 결국은 현실로 돌아가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된다"고 설명했다.
황 번역가는 "두 피터는 이름만큼이나 많이 닮았다"면서 "'No way Home'은 집으로 가는 길을 잃었거나, 집으로 가는 길이 사라졌음을 뜻하는 말이다. 피터에게 있어서 집은 메이와 MJ, 네드, 해피를 의미했지만 집이 사라진 지금 피터가 돌아갈 집은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터는 다신 집으로 돌아갈 수 없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리지널 스파이더맨의 팬들에게는 이제야 스파이더맨이 집으로 돌아온 게 된다. 팬들에겐 '노 웨이 홈'이 아니라 다시 '홈 커밍'이 되는 것"이라며 "피터의 처지를 생각하며 제목을 볼 땐 양가적인 감정이 든다"고 적었다.
끝으로 황 번역가는 "너무나도 반갑지만 반가움이 미안한. 자꾸만 그런 마음이 드는 걸 보면 스파이디가 우리의 집으로 돌아오긴 돌아왔다"라고 덧붙였다.